결혼을 앞둔 이영민(35·가명)씨는 최근 서울 강남에 7억원짜리 신혼 아파트를 점찍었다. 저축한 돈과 부모에게서 지원받은 돈을 합치면 3억원이지만, 대출로 부족 자금을 마련할 생각이었다. 이씨는 "연간 소득이 맞벌이하는 아내와 합하면 1억6000만원 정도 돼 상환에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아 은행 빚을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담 결과 LTV(주택담보대출비율) 50% 규제 때문에 가능한 대출 금액이 3억5000만원으로 필요한 금액 4억원보다 5000만원 적었다. 이씨는 "부족한 금액을 저축은행에서라도 대출받을지, 아파트 구입을 미룰지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남아 있는 대표적인 부동산 규제 정책인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때문에 집 구입을 망설이는 사람이 적지 않다. 빚 갚을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조차 주택 구입 기회를 주지 않는 규제로 작용하다 보니 비현실적이고 소비자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내정자가 LTV와 DTI 완화를 시사하면서 이 논쟁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실수요자 주택 구입 막는 규제

집값에서 대출금이 차지하는 비율인 LTV는 집값 급등이 본격화한 2002년에 처음으로 도입됐고,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2005년에는 소득에서 대출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제한하는 DTI제도가 신설됐다. LTV·DTI 규제는 글로벌 금융 위기로 집값이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2010년부터 점진적으로 풀리기 시작했다. 최근 LTV·DTI 규제에 대한 추가 완화 얘기가 나오는 것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 상태에서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매를 가로막아 부동산 경기 악화를 가중시킨다는 지적 때문이다. 빚 갚을 능력이 있는 사람이 대출액 부족으로 집을 못 사고, 거래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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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때문에 이자 부담을 더 져야 한다는 불만도 나온다. 직장인 신호선(43·가명)씨는 "급매물이 나와 집을 사려고 하는데 LTV 규제 때문에 은행 대출액이 3000만원 부족해 어쩔 수 없이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렸다"고 말했다. 은행의 LTV는 50~60%인 반면 저축은행 등 2금융권 LTV는 이보다 10~20% 높다. 신씨는 은행에서 빌릴 돈이 모자라자 부족한 돈을 저축은행에서 빚내 집을 산 것이다. 신씨는 은행만 이용했을 때에 비해 한 달 15만원 정도 이자 부담을 더 지고 있다. 고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저축은행 등 2금융권 대출은 작년 말에 처음으로 은행권 대출보다 많아져 481조9000억원에 달했다.

당국 규제 유지 입장에 찬반양론

규제 당국인 금융위원회는 LTV·DTI 규제 완화가 현재로선 어렵다는 입장이다. 근거는 크게 세 가지이다. 가계 부채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 빚 못 갚는 사람이 늘어나면 금융회사 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다는 점,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샀다가 피해 보는 사람을 양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는 또한 LTV· DTI 규제를 풀면 가계 부채가 늘어나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에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을 2017년까지 5%포인트 떨어뜨리기로 한 정책 목표를 수정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이유로 들고 있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2012년 말 163.8%로 상승해 100% 안팎인 독일·프랑스·미국 등보다 크게 높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둘로 갈린다. 규제 완화론자들은 금융 당국이 '대출 총량'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한다.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 부채의 절대 규모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갚을 능력이 있는 사람이 빚을 늘리는 것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금융회사들이 빚낼 여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추가 대출을 해주고, 빚이 거의 없더라도 갚을 능력이 없다면 대출을 해주지 않는 식으로 관리하면 가계 부채와 금융회사 건전성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한다. 또 주택 가격 상승 기대감이 약화된 만큼 차익을 노리고 무리하게 빚을 내는 투기적 수요를 걱정할 단계는 지났다는 주장도 있다.

반면 유지론자들은 언제든 쏠림 현상이 벌어질 수 있는 게 경제의 속성인 만큼 금융 당국의 우려는 합당하며, 은행들의 대출 경쟁이 심화될 우려가 크므로 규제 장치를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KDI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LTV를 50%에서 60%로 높이면 주택 가격은 0.7% 오르겠지만 가계 대출은 29조원이나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LTV 규제 완화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LTV와 DTI를 완화하더라도 부동산 시장이 크게 들썩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은행들이 주택대출을 해줄 때 대출자의 집값에 비례해 설정하는 대출 금액의 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돈을 빌린 사람이 매년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의 총액을 그 사람의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 정부는 이 비율을 50~60% 이하로 규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