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제 뉴이코노미그룹 대표

월가의 주식시장이 고공행진을 보이며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그러나 주식가격의 좁은 범위 내 변동으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인 시장 변동성은 6월 초에 7년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주식시장의 단기 예상 변동성을 보여주는 VIX 지수는 연초 14.23에서 10.73으로 24.60% 하락하며 1993년 12월 기록한 사상 최저치 9.3에 바짝 다가섰다. 올 2월 초 단기저점 21.44나 과거 평균 20에 비하면 거의 절반 수준인 셈이다. 실종된 시장 변동성, 새로운 기회인가 아니면 또 다른 위협일까.

변동성 하락 현상은 다른 위험자산 시장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채권시장의 변동성은 초완화적인 통화정책과 제로금리의 영향으로 1년 전 기록한 사상 최저치에 근접하고 있다. 통화시장 변동성도 2001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지난 4월 초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원유시장의 최근 변동성 역시 브렌트유(Brent) 현물가격 기준으로 1990년 중반 이래 처음으로 20% 수준을 지속적으로 밑돌고 있다.

근본적으로 변동성이란 자산의 현금흐름 가치에 대한 불확실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따라서 변동성이 하락하면 자산 보유에 요구되는 위험프레미엄(Risk premium)도 하락하게 마련이다. 그 결과 주식의 가격수익률(PER: Price-Earnings Ratio)은 상승하고 채권금리는 하락한다.

변동성 하락이 안정된 인플레이션과 같은 실물경제의 구조적 변화에 의한 것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위험의 새로운 가격 형성(Repricing)이라는 시장 기능의 당연한 결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경우와 같이 특정된 통화정책의 결과라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통화정책을 통한 단기 변동성 축소가 궁극적으로 장기 변동성 확대를 키우는 결과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 시스템은 시장 변동성에 적응하는 속성이 있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최근 실물경제 지표도 유사한 변동성 하락 현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미국 경제는 2009년 대침체(Great Recession) 탈출 이후 낮은 수준이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분기별 GDP와 월별 고용창출의 변동성은 1980년 초에서 2007년에 이르는 대안정기(Great Moderation)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최근 시장 변동성 축소를 "대안정기의 귀환(Great Moderation 2.0)"으로 보는 이유다.

최근 같은 경기 싸이클 확장기에 변동성이 하락하는 것은 정상적인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완화 시기의 변동성 하락은 예외적인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변동성 축소는 정시재고관리(Just-in-time inventory management)에서 오는 생산 등락폭 감소와 소비자의 용이한 신용 접근으로 향상된 소비지출 안정성, 그리고 미국 연준의 적극적인 통화정책이 가져온 안정적인 인플레이션 기대가 주된 원인이었다.

그러나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 감소의 원인은 과거 경우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금융위기 이후 미 연준은 제로금리만으로 높은 실업률 인하가 어렵게 되자 그 대안으로 양적완화 정책 실행과 향후 통화정책에 대한 선제안내(Forward Guidance)를 도입했다. 그 결과 금리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감소하여 소비지출도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통화정책과 금리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 제거가 변동성 급락에 크게 기여했다는 이야기다.

한편 국채 수급 역학관계의 구조적인 변화도 금리 수준과 변동성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재정적자 축소는 신규 국채발행/공급의 하락을 초래했다. 동시에 감독기관의 담보요건 강화로 금융기관은 추가 국채 매입이 필요하게 되었다. 새로운 유동성 규정과 파생상품 거래를 위한 중앙청산기관의 요건이 자본위험도 측면에서 금융기관의 보유 국채를 긍정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미국 은행의 최근 국채 보유 비율은 2000년 이래 최고 수준을 보인다.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정부 규제가 변동성 하락에 기여를 한 셈이다.

그러나 시장 변동성 하락을 영구적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계속되는 미 연준의 테이퍼링(Tapering: 자산 매입 규모 축소)과 실물경제 전망을 고려하면 낮은 시장 변동성이 얼마나 계속될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통화정책 정상화와 정책금리 인상 시기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면 채권금리 상승과 함께 시장 변동성 역시 증가할 것으로 월가의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금융시장의 변동성 하락에 어두운 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장기간 지속된 시장 안정이 오히려 궁극적으로는 불안정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안정적으로 보이는 투자자산은 레버리지 투자를 해도 안전할 것 같이 보인다. 그리고 혁신적인 금융상품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같은 상품을 통해 레버리지 수요를 증대시킬 수 있는 틈새를 파고드는 경향이 있다. 레버리지는 소득 감소가 즉각적인 소비지출 감소로 이어지지 않아 마치 안정성이 향상된 것 같이 보이게 한다. 그러나 부채 증가는 결국 심각한 금융위기와 불경기 위험을 높인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특히 중앙은행의 추가 금리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운 여건에서 그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변동성 급락에 대한 우려는 변동성의 평균회귀(Mean reversion) 가능성에 대한 것만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최근 시장 변동성 축소가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는 위험인수 (Risk-taking) 행위 증가에 기여했느냐는 점이다. 물론 유사한 징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사상 최저 수준인 정크본드 스프드레나 정크본드 발행 급등과 되살아나는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의 인기는 이미 오래 전의 얘기가 되었다. 최근에는 불과 2년 전 국가부도의 벼랑 끝에 섰던 그리스가 5%에 국채를 발행하는가 하면, 구제금융을 받은 스페인의 10년물 국채금리가 2010년 4월 이후 처음으로 미국 국채금리 수준보다 낮은 아이러니를 찾아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케인즈(John Maynard Keynes)의 이야기처럼 시장이 장기간 비이성적일 수도 있다는 것은 1998년 롱텀캐피탈(Long Term Capital Management)의 몰락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거래량이 낮은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투자수익을 추구하는 트레이더와 투자자들의 새로운 전략을 찾는 과정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는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가 위험 신호를 인식하는 순간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투매는 거래량이 낮은 시장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예를 보면 이러한 경우는 항상 슬픈 영화로 막을 내렸다.

월가의 투자은행과 헤지펀드도 시장 변동성 급락의 영향을 피해 가지는 못했다. 많은 투자은행과 헤지펀드는 올해 초 미국 경제가 지속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장기 채권금리와 주식시장 상승과 함께 그 변동성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1분기 GDP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시장 변동성 하락으로 S&P 500 주식의 2분기 거래량은 5년 평균치를 29% 밑도는 낮은 수준이다. 올 1분기에 비해서도 17%나 하락했다. 채권 거래량 역시 지난 10년래 최저 수준으로 감소했다. 월가의 전문가들은 트레이딩 비중이 높은 대형 투자은행이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트레이딩 수익 감소와 2분기 실적 하락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헤지펀드 중에서는 거시경제 추세에 투자하는 매크로(Macro) 헤지펀드가 시장의 변동성 축소와 거래량 감소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매크로 헤지펀드 지수의 올해 수익률 0.31%는 S&P 500 지수 수익률 4.80%와 바클레이 미국 채권지수 수익률 3.34%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특히 무어 캐피탈 (Moore Capital Management)의 5월말 현재 펀드 수익률은 연초 대비 -5%를 기록했고, 튜더 존스(Tudor Jones)의 헤지펀드 수익률은 -4.4%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변동성 축소가 큰 규모의 시장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인다. 경기 싸이클과 시장의 수급 역학관계를 고려하면 낮은 시장 변동성이 그렇게 놀라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 연준의 자산 매입 규모 축소에도 불구하고 주요 중앙은행들이 유동성 확대 기조를 지속하고 있어 한 동안 변동성 증가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꼬리위험(Tail risk) 관리 차원에서 변동성 체제(Volatility regime)의 변화나 단기 변동성 급등을 초래할 수 있는 변수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