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사진〉 한진그룹 회장이 유례없는 글로벌 해운 불경기(不景氣)를 겪고 있는 '한진해운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올 4월 말 한진해운 대표이사에 선임된 조 회장은 회사 간부들을 수시로 직접 호출하는가 하면 이메일과 전화로 업무 지시를 하며 '한진해운 재건(再建)' 작업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이달 9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9층 본사 회의실에서 모든 임원으로부터 대면(對面) 업무 보고를 받았다. 오전 8시부터 5~6시간씩 이어지는 '마라톤 브리핑'이었다. 조 회장은 이날 "지금까지의 관행을 모두 잊고 제로 베이스(zero base)에서 새로 출발해야 한다"며 자구(自救) 노력을 독려하면서 "매주 한 차례 여의도 사무실을 찾아 업무를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해외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2일(현지 시각)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회에 참석한 조 회장은 곧장 귀국길에 오르지 않고 독일 함부르크로 직행해 한진해운 구주지역본부를 찾았다. 조 회장은 현지에서 이틀간 체류하면서 함부르크항 터미널 곳곳을 둘러보고 유럽 해운시장 현황을 점검했다. 한진 관계자는 "직원들과 함께 식사하며 어려움을 묻고 격려하는 모습에서 '한진해운을 꼭 살려내겠다'는 회장의 열의(熱意)를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이 이끄는 대한항공은 이달 17일 한진해운의 최대 주주가 된다. 4000억원을 출자해 한진해운 주식 7407만4074주를 확보해 지분율이 4.34%에서 33.2%로 대폭 늘어나는 것이다. 한진해운이 이른 시일 내에 경영정상화를 이루지 못하면 주력 기업인 대한항공까지 타격받을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도 한진해운을 반드시 회생시키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보유한 현금을 부실 계열사 지원에 낭비해 유동성 위기를 그룹 전체로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조 회장의 의지를 꺾지 못한 셈이다.

한진해운의 자구 노력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작년 2500억원의 유동성 지원에 이어 벌크선 사업 부문 중 전용선 사업을 매각하는 협상도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장진웅 한진해운 부장은 "사모투자 전문회사에 전용선 부문의 자산을 넘기고 1조3000억원대 부채를 털어내 다음 달 초 3000억원을 추가 확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페인 알헤시라스 터미널 등 항만 터미널 지분을 처분해 3000억원을 마련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이 최악의 위기를 맞았던 1986년, 선진 항공 경영기법을 해운업에 접목해 경영 정상화를 달성한 경험도 갖고 있다.

조 회장은 "올해 안에 한진해운의 흑자 전환을 달성하고 길어도 3년 내 경영 정상화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한진(육로)·한진해운(해상)·대한항공(항공)의 육(陸)·해(海)·공(空)을 아우르는 통합 물류 체계를 완성해 상품 개발과 마케팅, 신규 시장 진출에서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