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애플의 창업자이자 전 CEO인 스티브 잡스가 사망하자 미국 증권가에서 애플사의 전망과 전략에 대해 비관론이 대두한 적이 있다. 그만큼 현대 경영에서 의사결정과 리더십이 차지하는 역할이 중요해진 것이다.

기업이 요구하는 리더십 기대 수준은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충족하는 경영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내부의 육성 및 검증 시스템을 통한 리더십 개발이 될 수 있다. 대기업은 이미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차세대 리더로 성장할 후보군을 선별해 역량 향상을 위한 다양한 육성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문제는 '육성=일방적 교육'이라는 공식 이외에 다른 방법론에 대한 고민이 깊지 않다는 점이다. 많은 기업이 의존하는 집합 교육이나 강의는 지식을 넓히고 기술을 습득하는 데는 효과적이다. 하지만 배운 것을 내재화하고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 리더십 영역에서는 한계가 있다. 최근 임원 교육 과정을 마친 고위 임원의 하소연은 기존 방식의 문제점을 잘 대변한다. "중간 관리자로 승진한 이후 리더십 교육을 단계별로 받았고, 임원이 된 후에는 최고경영자 과정 같은 외부 교육 기회도 가졌습니다. 그런데도 매년 실시하는 리더십 진단 결과는 똑같아요. 강점, 약점, 코멘트도 변하지 않고요. 교육은 열심히 받는데 리더십은 전혀 발전이 없어 보입니다."

최근 리더십 육성을 위한 새로운 방식이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시도되고 있다. 이러한 방법들의 공통분모는 자기 주도형 프로세스, 액션 러닝(action learning), 전략 소그룹 등이다.

첫째, 자기 주도형 프로세스는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표준 리더십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리더에게 자기 성찰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변화의 필요성을 자발적으로 인지하게 하고 개선할 부분과 개선 방법까지 리더 자신이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객관적 입장에 있는 코치가 피드백을 가감 없이 전달하고 이를 통해 리더의 말과 행동이 조직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받아들여지는지 깨닫게 하는 방법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둘째, 액션 러닝은 실제 회사가 당면한 문제를 교육 대상자에게 과제로 제시하고 해결 과정에서 늘 하던 방식과는 다른 접근 방법과 리더십을 모색하도록 유도하여 결과의 차이를 깨닫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L그룹의 임원 교육에서는 내년도 사업 계획 중 한 과제를 골라 실행 과정에서 새로운 프로세스와 조직 관리 기법들을 시험 적용하도록 한다. 그리고 그 성과를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토론하는 방법을 도입하여 부서 간 협업을 강화하고 조직원과 리더 사이의 갈등을 줄이는 데서 큰 효과를 보았다.

셋째, 전략 소그룹은 업무 분야나 소속이 다른 리더들을 공통 관심사로 묶어 만남의 장을 만들고 서로 상대방의 리더십 유형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모임은 공식 회의나 토론 등을 배제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와 비공식적인 대화를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략 소그룹이 활성화된 기업은 리더 간의 상호 이해와 소통 정도가 높고 회사에 특화된 리더십이나 기업 문화를 쉽게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70~80년대의 권위주의와 고도 성장기를 경험한 우리나라의 기성세대 리더들은 대부분 변화에 대해 내면적인 동기 유발이 약한 환경에서 성장하였다. 조직원들의 참여와 창의력, 자발적 동기 부여가 훨씬 중요해진 사회 환경과 기업 문화에서는 새로운 유형의 리더십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자발적 인지를 돕고 실행을 지원할 개인 레벨의 '맞춤형 조력(助力)'이 제공되어야 조직이 지향하는 개방형 리더십으로 경영자들을 이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