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변화가 빨라지면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이나 'ODM(제조업자 개발생산)'처럼 제조업체 상표를 붙이지 않는 제품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특히 유통업계는 기술력을 보유한 ODM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ODM은 무엇이고 성공적인 ODM업체는 어떤 전략을 펼치는지 알아본다. [편집자주]

코스맥스 연구실에서 직원들이 제품 실험을 하고 있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소재 나이키 본사는 운동화, 운동복 등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다. 나이키는 국내외에 생산공장을 설립하거나 운영하지 않는다. 나이키가 브랜드 콘셉트와 디자인, 마케팅을 담당하고 제조는 외부 업체에 맡긴다. 해당 제품에 필요한 기술 개발도 아웃소싱 업체가 담당한다. 이러한 아웃소싱을 ODM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나이키는 점프해도 발에 무리가 안가는 운동화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하고 ODM 업체가 해당 제품을 연구·개발해 만들어낸다. 반면 운동화 밑창은 어떤 소재와 두께 등 구체적으로 정해주고 제작만 요구하는 구조도 있다. 이러한 방식은 OEM이라고 한다.

ODM업체들은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 국내 화장품업계 ODM 업체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는 지난 5년간 매출이 각각 24%, 25% 성장했다. 코웨이는 필립스 중국 법인과 공기청정기 독점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필립스 중국 시장점유율 50%가량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ODM업체는 제품 개발부터 생산까지 도맡아 유통업체에 제공

ODM은 제품 개발력을 갖춘 제조업체가 판매망을 갖춘 유통업체에 상품을 제공하는 생산방식이다. 제조기업은 생산에 집중하고 유통업체는 마케팅 등 유통에 집중한다.

ODM과 OEM은 모두 브랜드 없이 제품을 만들어 공급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두 업태의 가장 큰 차이는 제품 개발 능력이다. OEM이 판매업자의 주문에 맞춰 단순 생산한다면, ODM은 주문자 요구에 맞춰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제품을 만든다.

ODM은 OEM과 비교해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제품 개발 능력이 있어 유통업자와 대등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기술 로열티(사용료)를 받을 수 있고 원자재 등을 스스로 결정해 생산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개발한 제품을 여러 구매자에게 팔 수도 있다.

자기상표 생산방식과 비교해도 장점이 있다. ODM은 제품 개발에 집중 투자해 제품 경쟁력을 높일 수 있으면서도 제품 판매에 대한 위험부담은 적다.

특히 ODM업체가 탁월한 기술력을 갖고 있으면 유통업체는 제조업체를 교체하기 어려워 ODM 업체의 협상력은 그만큼 커진다. 안정적인 수입과 이윤은 투자로 이어지고 기술을 발전시켜 거래처와 관계를 확고히 한다.

◆ ODM, 유통업계 트랜드로 떠올라

ODM은 최근 유통업계에 아웃소싱 바람이 불며 점차 확대되고 있다. 송지혜 베인앤컴퍼니 파트너는 "유통업체는 소비자 분석과 마케팅에 주력하고 나머지는 제조업체에 맡기는 추세다"고 말했다. 제조 설비나 자산에 대한 부담을 줄여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아웃소싱은 OEM이 대다수였지만 최근엔 ODM이 대세로 떠올랐다. OEM을 통해 단순 제작만 하다가 제조업체가 연구개발(R&D)과 제품 기획 등을 다 해주는 식으로 발달한 것이다.

특히 시장 변화가 빠르고 기능성이 중시되는 분야에서 ODM이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화장품이나 가전제품, 운동화, 명품 액세서리, 패션 등이다.

ODM이 생산 방식으로 떠오른 이유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과 관련있다. 최근 가격경쟁력보다 시장 대응력이 중시되고 있다. 소비자 트랜드에 맞춰 적시에 대응하는 것이 훨씬 중요해졌다.

제조업체에 대한 요구도 많아졌다. 유통업체는 제조업체 스스로 연구개발 시설과 역량을 갖추고 있어 원하는 제품을 바로 생산해내길 바란다. 유통업체가 소비자 반응을 파악해 그 기술이 있는 업체에 제품 제작을 맡기면 빠르게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 ODM 업체의 전망 "고객과 접점을 키워야"

ODM업체는 고객을 이해할 수 있어야 지속가능할 수 있다. 송지혜 파트너는 "최근 유통업계는 고객 접전을 확보해야 수익이나 성장 면에서 크게 발전한다"며 "고객의 변화 속도나 폭이 10~20년 전과 비교해 엄청나게 빠르고 커졌다. 이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한다"고 말했다.

일부 ODM업체는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브랜드를 인수·합병(M&A)하기도 한다. 그러나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 화장품 품목처럼 일부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선 성공하기 힘들다.

송지혜 파트너는 "(ODM업체들이) 자사 브랜드 사업을 펼치기 전에 유통회사 상품에 자기 제품이나 기술이 들어가있음을 알리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