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

유리 그니지, 존 리스트 지음|안기순 옮김|김영사|376쪽|1만6000원

"공교육 부활을 위해 금전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미국은 우리나라 만큼이나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큰 나라다. 고소득층 자녀들이 다니는 명문 사립학교에 비해 공립학교의 교육 수준은 턱없이 부족하다. 시카고와 뉴욕 시 공립학교에 재학하는 9학년 학생의 문장 독해력은 명문 초등학교 3~4학년 학생 수준이다. 일부 빈민가 학교에서는 마약, 총기사건이 일어나는가 하면 중퇴율이 50%를 넘어가기도 한다. 세금으로 학생 한 명에게 연간 평균 1만1467달러(약 1171만원)씩 투자하는 것(세계 5위 수준) 치고는 초라한 성적표다.

저자인 경제학자 유리 그니지, 존 리스트는 '인센티브'를 통해 공교육 문제를 해결하려 빈민가인 '시카고하이츠' 지역에서 현장실험을 했다. 이들은 한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먼저 20달러를 주고 성적이 기준에 미달하면 뺏겠다고 경고하자 학생들의 성적이 훨씬 좋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교사에게도 학생 성취도에 따라 이미 받은 상여금을 토해낼 수 있다고 언급하자 학생들의 성취도는 수학에서 100점 기준 약 6점, 독해에서 약 2점쯤 상승했다. 학생, 선생님, 부모에게 모두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는 경우 학생의 시험성적이 50~100%까지 올랐다. 저자들에 따르면 이는 부유한 백인 학교의 성취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일부 고등학생은 기초가 너무 없어 인센티브에도 반응하지 않았기에, 저자들은 '프리스쿨(유치원)' 운영까지 관심을 돌린다. 어릴 때부터 학생, 선생님, 부모에게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큰 투자대비 효용을 얻어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책은 경제학에서 사람이 특정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목적의 '인센티브'와 사회학, 심리학 등을 결합해 어떤 방법이 교육, 기업운영, 기부금 증대, 성차별 해소 등에 효과적인지 알려준다. 장장 20년 간에 걸친 실제 실험을 통해 나온 결론이어서 신뢰가 가고 실험과정을 엿보는 재미도 있다.

교육 편에서 엿볼 수 있었듯 각종 영역에서 저자들이 내놓는 주장은 도발적이기까지 하다. 예를 들면 기부금을 늘리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양심에 호소할 것이 아니라 '허영심'에 호소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 회사에서 직원에게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것보다는 잘못하면 성과 인센티브를 뺏어갈 때 능률이 더 오른다는 것 등이다.

성차별 해소를 위해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색다르다. 부계사회에서는 여성들이 경쟁을 회피하지만 모계사회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 경쟁적이다. 모계사회에서는 여성이 경제적 영향력을 쥐고 좋아하는 것을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저자들은 부모, 학교, 회사 등 사회가 여성을 격려할수록 여성은 경쟁력 있는 인재로 거듭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세월호 참사로 인한 대책으로 양심적인 내부고발자를 보호해주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가의 감시망이 구석구석까지 미치기 어렵기 때문에 내부고발자를 대접해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인센티브 활용방안에 대한 수많은 고민, 조언과 구체적 실천방안이 모두 망라돼있다. 국가 정책을 수립하는 공무원은 물론 사업가 등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할만한 책이다. 이 책은 미국의 경제매체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7인(스티븐 레빗, 대런 애쓰모글루, 앨빈로스 등)이 선정한 올해의 경제학 명저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