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대표 자동차 브랜드 ‘피아트’가 국내 시장에서 굴욕을 겪고 있다. 야심차게 내놓은 소형차 ‘친퀘첸토’(500)가 판매 부진에 일부 모델을 최대 40%까지 파격 할인에 나섰다.

5일 피아트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출시된 친퀘첸토 라운지(500 라운지) 모델은 이달 1일부터 ‘울트라프로모션’을 적용해 1830만원에 판매를 시작했다. 200대 한정 특별 가격이다. 해당 모델의 지난해 2월 출시 가격이 299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출시 당시보다 1160만원(38.7%)이나 할인해 판매하는 것이다.

친퀘첸토(500) 라운지 할인 프로모션 관련 홈페이지 안내.

친퀘첸토는 작년 2월 피아트가 16년만에 국내 시장에 복귀하면서 내놓은 모델이다. 피아트는 외환위기로 1997년 국내에서 철수한 바 있다. 피아트의 국내 시장 진출은 독일·일본·미국차 일색이던 수입차 시장에 이탈리아 차도 구매리스트에 올릴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기존에 이탈리아 차는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 고성능·고가 차 뿐이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어로 숫자 500을 뜻하는 친퀘첸토는 102마력의 힘을 내는 1.4리터(L)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전륜구동 차다.

하지만 불편한 옵션 사항과 비싼 가격 때문에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출시 초기 소녀시대 가수 ‘티파니’의 차로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잠시 뿐이었다.

피아트에 따르면 친퀘첸토 팝 모델과 라운지 모델은 출시 이후 올해 4월까지 총 494대가 팔렸다. 작년 7월 친퀘첸토 탄생 56주년 기념 450만원 할인, 올해 2월 한국 출시 1년 기념 420만원 할인 등의 행사를 진행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친퀘첸토 내부 모습.

피아트가 국내 시장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한 채 물량 처리에 나서자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피아트 관계자는 “한국 시장을 철수하려는 것은 아니다”며 “2015년형 신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어서 기존 물량을 소진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폭 할인에 나서면서 기존에 제값을 다 주고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온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용자는 “할인폭이 너무 큰 것은 기존의 소비자와 한국 소비자를 무시하는 행동”이라며 “해도 너무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피아트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다른 차량 브랜드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출시 모델의 가격 할인 행사 등을 진행한다”며 “현재 특별히 기존에 구입한 고객들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