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이동통신 업체 SK텔레콤이 새로운 성장 전략의 하나로 인수합병(M&A)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크고 작은 기업을 인수합병해 신사업에 진출하고 미래 수익을 창출한다는 '빅&스몰 M&A(Big & Small Mergers & Acquisitions)' 전략이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거의 포화 상태에 달해 서로 가입자를 뺏고 빼앗기는 '땅따먹기' 식 경쟁을 펼치고 있다. SK텔레콤은 성장의 정체를 탈피하기 위해 수천억~수조원을 투자하는 대형 M&A와 동시에 수백억원 규모의 소규모 M&A를 병행 추진해 미래 성장 동력을 찾기로 했다.

SKT, 잇단 소규모 인수 합병

SK텔레콤은 지난 3일 음향기기 전문 업체 아이리버 입찰제안서를 매각 주관사인 다이와증권에 제출했다. 아이리버는 2000년대 초반 세계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점유율 20%를 차지한 유력 업체였다. 2000년대 중반 애플 아이팟과 스마트폰에 밀려 적자 기업이 되긴 했으나 글로벌 지명도와 유통·마케팅 경험이 풍부한 회사다. 인수 예상 가격은 300억원 정도로, 전형적인 '스몰 M&A' 시도로 볼 수 있다.

SK텔레콤은 올 2월에도 국내 4위의 무인(無人) 경비 업체 네오에스네트웍스(NSOK)를 인수했다. 이 업체는 전국 43개 도시에 10만여 가입자를 확보했으며 인수 가격은 수백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NSOK는 통신사업과 다양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무인 경비와 보안 업무는 통신망과 결합해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래 성장 동력 가운데 하나로 삼고 있는 스마트홈 사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스마트홈은 각종 센서와 카메라 등 장비를 설치해 원격 조종이 가능한 첨단 주택을 말한다. 집에 도둑이 들면 무인 카메라와 각종 센서로 이를 탐지해 NSOK에 전달, 긴급 출동이 이뤄진다. SK텔레콤은 앞으로 통신과 방송 서비스뿐 아니라 보안 기능까지 갖춘 스마트홈 서비스를 판매할 계획이다. 도이치 증권 김형진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SK텔레콤이 진행한 스몰 M&A는 기존 사업과 상당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어 투자자 입장에서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통신 시장 포화…차세대 먹거리 찾아라

SK텔레콤이 본업인 통신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사업을 대상으로 잇달아 스몰 M&A를 시도하는 이유는 통신시장이 과도한 포화 상태이기 때문이다. 국내 휴대전화 보급 대수는 5500만대가 넘는다. 한국 인구 5000만명보다 많은 사람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니 통신 사업은 사실상 '끝물'이다. SK텔레콤은 통신 시장에 목을 매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자살 행위로 보고 신사업 발굴에 매진하고 있다.

최근 시도한 빅 M&A가 대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자신감이 붙은 측면도 있다. 2012년 3조4000억원을 투자해 인수한 자회사 SK하이닉스는 이제 SK그룹 전체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출 14조1650억원, 영업이익 3조38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이에 힘입어 2012년 2월 15조9000억원이던 시가 총액은 31조7700억원(3일 종가 기준)까지 급팽창했다.

SK텔레콤은 스몰 M&A를 진행하면서 한편으론 제2의 하이닉스와 같은 '큰 것 한 방'도 노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팬택을 유력한 타깃으로 평가한다. 팬택의 휴대전화 브랜드 '스카이'는 원래 SK텔레콤이 만들다가 팬택에 매각한 것이다. 게다가 팬택에는 없는 든든한 유통망도 거느리고 있다. SK텔레콤은 연간 1000만대의 휴대폰을 판매하는데 팬택 제품을 월 30만대만 팔면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고 본다. 사기만 하면 당장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육태선 SK텔레콤 신사업추진단장은 "SK텔레콤의 최근 행보는 선도적인 투자를 통해 전통 산업과 ICT(정보통신기술) 산업의 융합을 이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