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가까이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쳐 온 노(老)교수가 주류 경제학을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한국 경제학계의 풍토를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현실과 호흡하지 않는 경제 이론이 정책 실패와 경제 위기를 낳고 있지만, 이에 대한 고민 없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우희(79·사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3일 '경제원리, 물처럼 흐른다' 출간을 기념해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에서 연 특별 강연에서 "인간의 오욕 때문에 경제 위기 같은 각종 탁류(濁流)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에 대해 주류 경제학은 방법론의 한계 때문에 제대로 분석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1967년부터 2001년까지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냈고, 퇴임 후에도 세종대 총장을 역임하는 등 계속 대학에 머물면서 경제학을 가르쳐 왔다.

박 교수는 "자연과학은 근본 실체가 바뀌지 않는 자연현상을 연구하는 데 반해, 경제학은 시시각각 변하는 경제 현실을 다룬다"며 "그런데도 경제학은 자연과학의 방법론을 대거 받아들여 경제 현실이 마치 고정돼 있는 것처럼 연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의 이런 비판은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스 피케티(Thomas Piketty)가 지난해 8월 '신자본론'을 내놓은 이후, 불평등 심화 같은 경제 현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주류 경제학의 한계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세계 경제학계의 흐름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박 교수는 주류 경제학의 문제점에 대해 "경제 현실은 정치 사회 등 각종 변수가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것인데, 경제학은 모두 고려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변수를 제거한 뒤 현상을 분석하고 있다"며 "그러는 동안 경제 현실은 계속 변화하면서 분석의 정확성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