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006400)와 제일모직이 30일 주주총회를 열고 합병을 승인했다. 두 회사는 7월 1일부터 삼성SDI라는 이름으로, 연매출 10조원의 거대 기업으로 거듭난다. 두 회사 합병비율은 삼성SDI와 제일모직이 1대 0.4425이다. 통합된 삼성SDI는 박상진, 조남성 사장의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박상진 사장은 에너지 사업을, 조남성 사장은 전자소재 사업을 맡는다.
박상진 사장은 이날 주주총회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통합법인이 시너지를 내기 위해 양사 통합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삼성SDI의 주력 사업인 2차전지의 경우, 중국 시장을 공략한다"며 "중국 배터리 공장에서 내년 4분기부터 양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 통합법인에 대한 대내외의 시선은 그리 곱지만 않다. 주력 사업이 겹치지 않아 합병 시너지가 별로 없다는 이유에서다.
◆ 합병 시너지 당분간 내기 어려워
합병 소식이 발표된 지난 3월 증권가는 삼성의 부품과 소재 사업을 맡았던 회사들이 합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2차 전지 비중을 늘리고 있는 삼성SDI에 제일모직의 2차전지용 분리막, 전자 재료 등 분야의 경쟁력이 더해질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평가는 듣기 힘들다. 합병효과를 당장 낼 수 있는 사업 영역이 거의 없다는 이유다. 합병 효과를 기대한 2차 전지용 분리막의 경우, 연구개발이 초기 단계에 머물어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병기 키움증권 연구원은 "두 회사가 합병했다고 당장 기업 가치가 확 올라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분리막 연구 개발이 끝나는 2~3년 뒤에야 성과가 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고려해야할 점이 많아진 것도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윤혁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I 주식은 2차 전지 수익성과 중대형 전지의 성장 가능성만 보면 됐지만 합병 이후에는 화학이나 편광필름사업,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업황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의 역량이 분산된다는 것은 투자자에게 부정적 요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우려는 주식시장에서 이미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합병이 발표된 3월 31일 이후 두 회사의 주가는 각각 6~7% 하락했다. 30일 종가 기준 삼성SDI의 주가는 전날보다 1.6% 내린 15만1500원이다. 삼성SDI의 매수청구 행사가격인 15만1660원보다 낮은 수준으로, 주가가 추가 하락하면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주주가 늘어날 수 있다. 삼성SDI에게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하는 부분이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조치라기보다는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 후계(後繼) 구도를 정리한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며 "결과적으로 덩치만 키운 셈"이라고 말했다.
◆ 첫 적자 낸 CEO 경영능력 의심도
두 회사가 모두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내고 있는 점도 합병효과에 의구심을 품게 만드는 요인이다. 삼성SDI는 작년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지난해 1분기보다 6%, 17% 줄었다. 자동차용 전지와 PDP 모듈 사업이 부진했던 탓이다.
일각에선 박 사장의 경영 능력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 사장이 2010년말 부임한 이후에 회사 실적은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앞서 최치훈 전 사장이 재임하던 시절인 2010년에는 매출 5조1243억원, 영업이익 2868억원을 기록했지만 2011년에는 매출 5조4439억원, 영업이익 2037억원을 기록했다. 최 전 사장이 재직했을 때와 비교해 박 사장 취임 후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에는 2007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삼성SDI 관계자는 "사양 사업 부문의 비중을 줄이고 전기차와 같은 신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초기 투자 비용이 발생하다보니 매출과 영업이익이 나빠진 것"이라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2017년쯤에는 성과를 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