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의 미TV.

‘중국의 애플’로 불리던 샤오미(小米·Xiaomi)가 ‘원조’인 애플을 위협하고 있다. 애플뿐 아니다. TV 시장에서 33분기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삼성전자(005930)도 정조준하고 있다. 무기는 ‘가격 경쟁력’이다. 기술력이 부족해 불과 얼마전까지 ‘짝퉁’ 소리를 들었지만 선발주자들의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비슷한 성능의 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턱밑까지 압박하고 있다.

샤오미는 이달 초 태블릿PC와 초고화질(UHD) TV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샤오미의 첫 태블릿PC인 미패드(MiPad)는 6가지 색상으로 출시된다. 블룸버그는 “애플 아이패드의 쌍둥이 제품”이라며 “샤오미가 애플에 대한 공세를 본격적으로 선언한 신호”라고 전했다.

업계가 이 제품을 주목하는 이유는 가격이다. 미패드의 16기가바이트(GB) 제품은 240달러(약 24만원)에 판매된다. 가장 큰 용량인 64GB 제품도 275달러에 불과하다. 애플이 최근 내놓은 64GB 용량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599달러에 판매된다. 아이패드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인 셈이다. 레이 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는 “안드로이드 기반 태블릿 중 최고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샤오미의 UHD TV인 ‘미TV(MiTV)’도 경쟁사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다. 49인치형 제품은 645달러, 우리돈으로 환산하면 약 66만원에 팔린다. 최근 UHD TV 가격을 200만원대로 내리기 시작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동급 제품들의 4분의 1수준이다. 소니 TV 브랜드 브라비아의 49형 UHD TV도 2000달러에 판매된다.

자료: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더욱 빠르게 좁히고 있다. 홍콩의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레노버는 각각 18%와 12%을 차지해 1,2위를 지켰고, 3위 샤오미가 점유율 11%로 바짝 뒤를 쫒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짝퉁이 원조인 애플을 제친 것이다.

샤오미는 설립된 지 겨우 4년 된 회사다. 해외 금융회사들은 샤오미의 기업가치를 100억달러로 평가하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샤오미가 이렇게 빨리 성장한 데는 이런 프리미엄 제품의 ‘저가화’에 있다고 분석한다. 이런 전략이 가능한 것은 생산을 아웃소싱으로 돌리고, 온라인 판매를 통해 유통비용을 절감한 덕분이다. 또 초기 제품을 소량 생산해 희소성을 높인 다음, 시간이 지나 부품값이 내리면 이익을 얻는 전략을 펴고 있다. 여기에 TV 광고와 같은 비싼 마케팅을 지양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홍보에 적극적인 점도 가격을 내리는 데 한몫한다.

기술력도 초기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다. 애플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따라 하는데 머물지 않고, 실제 고성능 부품들을 사용해 진짜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은 전략이 잘 들어 맞았다. 이와 함께 인재 영입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해에는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관련 핵심 임원인 휴고 바라 전 부사장을 영입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블룸버그는 “시장 파괴적인 가격이 샤오미의 핵심 전략”이라며 “한정된 수량으로 온라인에 유통되는 제품들은 몇분 내로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국내 가전업계에도 불똥이 튀었다. 샤오미가 내수를 넘어 글로벌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와 브라질, 러시아 등 10개국에 스마트폰 출시를 앞두고 있고, 홍콩과 대만, 싱가포르에서는 이미 판매를 시작했다. 중국과 대만 패널 제조사들은 샤오미의 수요 덕분에 올해 8000만대의 단말기를 출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의 라이언 라이 연구원은 “요즘 소비자들은 고사양의 저가 제품을 원하고 있다”며 “샤오미가 저가 프리미엄 전략을 해외 시장에서도 똑같이 펼치면 선두 주자들에게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