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스운 이야기로 시작한다.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고 의심하는 부인이 남편에게 따져 물었다. "당신, 바람 피우지?". 이때 남편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시인을 할 것이 아니라면, 그러니까 부인(否認)을 할 것이라면, 남편에게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그건 사실이 아니다"고 딱 잡아떼는 것이다. 두 번째는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다. 첫째는 전면 부정이고, 두번째는 부분 인정을 통한 부정이다. 어떤 방법을 취할지는 눈치껏 알아서 할 일이다.
다소 실없는 이야기를 꺼낸 데는 이유가 있다. 반박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비즈니스 디베이트에서는 기조발언 교차 조사에 반박이라는 절차가 이어진다. 이 반박은 무엇이며, 어떤 효과가 있으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디베이트하는 사람들끼리 하는 말이 있다. '디베이트 형식의 백미는 반박과 교차조사다'. 이 한마디에 디베이트에서 반박의 중요성이 함축되어있다.
디베이트와 웅변과 비교하면 쉽다. 웅변이나 디베이트는 비슷해 보인다. 청중을 앞에 두고 연설을 한다는 측면에서, 즉, 공공 연설(Public Speech)라는 측면에서는 같다. 하지만 웅변은 그저 자기 연설을 마치고는 심사위원의 판단을 기다릴 뿐이다. 다른 연사들이 뭐라고 주장하는지 귀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 결국 웅변은 스피치 프로그램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디베이트는 다르다. 반박이라는 순서가 필수로 들어간다. 반박을 잘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대방 주장을 잘 들어야 한다. 나아가 여기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비판적으로 사고해야한다. 결국 반박이라는 순서가 포함되면서 디베이트는 스피치 뿐만이 아닌 듣기, 비판적 사고를 포함한 종합 교육 프로그램으로 거듭난다.
비즈니스 디베이트에서. 반박 순서를 통해 디베이터(debater)들은 상대방 말을 잘 경청하고, 또 이를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훈련을 한다. 이런 과정은 발언자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늘 반박을 경험한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주장하기 전에 '이렇게 말했을 때 어떤 반박이 들어올까'를 예상한다. 또 이를 대비해서 '어떻게 하면 보다 완벽한 논리를 제시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결국 반박 순서는, 반박을 하는 사람이나, 반박을 당하는 사람이나 모두에게 '비판적 사고 훈련'이라는 기회를 부여한다.
반박은 어떻게 할까? 반박은 간단히 말해 상대방 주장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크게 6가지 방법이 있다. 다르게 말하면 우리가 다른 사람 말에 반박할 때, 그 방향은 아래 6가지 방향 중의 하나이다. 이를 잘 익히면, 어떤 상황에 마주치더라도 적절한 반박의 방법을 빨리, 잘 찾아낼 수 있다.
우선 이를 도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아까 상황으로 돌아가보자. 아내는 남편에게 “당신, 바람 피우지?”라고 주장한다. 남편은 이를 반박하고 싶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첫번째 방법은 , 즉, “나는 바람을 피우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구체적으로 3가지 방법이 있다.
(1) 액면 그대로 고 주장하는 방법이다. "나는 바람을 피우고 있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다.
(2) 고 주장하는 방법이다. "한 때 잠깐 사랑하는 당신 외의 여인에게 한 눈을 판 적은 있지만, 그건 옛날 일이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3) 고 주장하는 방법이다. "사업차 어떤 여자를 자주 만나곤 하는데, 이를 바람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두번째 방법은, , 즉,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여기에도 구체적으로 3가지 방법이 있다.
(1) 고 주장하는 방법이다. "오늘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었던 원래 문제는 지난 달 카드를 너무 많이 썼다는 것인데, 왜 여기에 바람 피우는 문제를 갖다 붙이냐?"고 말하는 것이다.
(2) 고 주장하는 방법이다. "바람 비슷한 것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 당신과의 애정 전선에서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사소한 일이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3) 고 주장하는 방법이다. "사실 어떤 여자와 일이 좀 있기는 한데, 지금 정리 중이고, 곧 정리할 예정이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여성 독자 중에서 ‘비즈니스 디베이트를 하면 저렇게 뻔뻔스러워지는구나!’라고 항의하는 분이 없길 바란다. 디베이트의 반박을 쉽게 설명하고 싶었을 뿐이다.
비즈니스 협상을 하는 현장에서 상대방 말을 반박하고 싶다면 우선 둘 중의 한 방향을 정하자.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할지 아니면 사실이지만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할지. 방향을 정했으면 세부 전술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하여 밀어부치자. 거꾸로 어떤 주장을 하기 전에는 이상과 같은 6가지 반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여 보다 더 완벽한 논리를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