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계좌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바로 거래를 시작할 수 있을까. 당연히 이전에 해야 하는 준비 작업이 있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모바일매매시스템(MTS)의 설치 및 가입, 공매도할 종목의 선택과 수량 결정, 대주기간 설정 등이다.
◆ 공매도, 시작부터 난적을 만나다…HTS 설치
대부분의 증권사에는 전문 투자자를 위한 HTS와 매수, 매도 정도만 가능한 가벼운 HTS가 따로 있다. 그리고 공매도가 가능한 HTS는 아무래도 전문 투자자를 위한 HTS일 때가 많다. 대체로 프로그램이 무거운 편인데다, 설치도 복잡하다.
증권사 직원은 공매도 계좌 계설이 끝나면 자사의 HTS 설치를 위한 안내문을 한장 준다. 이른바 접속 안내문이다. 하지만 투자자가 단 한 장의 안내문으로 접속 과정을 따라가기엔 다소 복잡한 부분이 있다.
홈페이지에 접속하자마자 여러가지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하길 요구한다. 본인임을 입증하라는 팝업창도 쉴 틈없이 뜬다.
첫 로그인 과정에서 공인인증서 설치까지, 수없이 실명확인번호(주민등록번호)와 접속비밀번호, 계좌비밀번호 등을 묻는 인증 절차는 길고 지루할 정도. 한 번의 인증 과정을 거칠 때 프로그램이 더러 먹통이 돼 재부팅을 하는 것이 투자자를 지치게 함은 물론이다. 개인 정보 유출이 잦은 시대이기 때문에 보안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이해하려고 해도 거쳐야하는 과정이 다소 많다는 느낌이다.
◆ 제한된 대주거래 가능 종목과 수량
"우리 증권사에서는 유통대주는 할 수 없고요. 자기대주만 가능합니다."
이제 막 HTS를 설치하고 공매도 거래를 시작하려는데 직원은 자기대주와 유통대주에 대해서 얘기했다. 통상 HTS 에서 공매도할 주식을 빌리기 위해선 자기대주와 유통대주 가운데 한 가지 항목을 선택해야 한다.
자기대주는 공매도 계좌를 개설해준 증권사가 보유한 주식을 고객에게 직접 대여하는 것이다. 유통대주는 해당 증권사가 아닌 증권 금융사들이 보유한 주식을 모아 고객에게 대여하는 것이다(주로 한국증권금융이 대주한다). 아무래도 유통대주의 물량이 많을텐데, 각사에 문의한 결과 개인에게 유통대주를 서비스하는 곳은 거의 없었다. 이 시장에도 '규모의 경제'가 필요해서, 매매 규모가 큰 기관투자자들끼리 주고 받는 경우가 많았다.
증권사마다 다르지만 보통 300개 이상의 대주매도 가능 종목을 보유하고 있다. 이 증권사의 경우 21일 현재 396개의 종목이 준비돼 있다.
그 후 확인해야 할 것은 공매도 이용자가 빌릴 수 있는 한도 수량이다. 대부분의 개인은 투자 규모가 작기 때문에 수량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원하는 공매도 종목이 코스닥시장의 중소형주일 경우 물량 자체를 구하지 못할 때도 많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만약 대량의 주식을 공매도하길 원하는 이라면 우선 그 회사의 한도 수량을 파악하는 것이 좋다. 아무래도 증권사가 직접 보유하고 있는 종목들은 우량주가 많다. 코스닥시장의 중소형주를 공매도하려는 이용자는 먼저 보유 한도부터 확인해야 할 것이다.
◆ 매도단가 조정에서 거래 완료까지
종목은 총 6개를 골랐다. 공매도의 경우 10주 단위로만 매매할 수 있는데, 투자금액이 작다보니 액면가 근처에 있는 종목 위주로 골랐다. 또 최근 주가 상승률이 높았던 종목을 주 대상으로 했다. 아무래도 최근 많이 올랐다면 앞으로는 떨어질 확률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공매도할 종목과 수량까지 결정했다면 거래를 완료할 차례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지만 파란색의 매도 버튼을 누르기까지는 용기가 필요했다. 또 매도단가 결정이란 산을 넘어야 했다.
공매도시 매도단가를 정하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아직 주식을 사지 않은 상태에서 팔기부터 해야 하기 때문에, 소액임에도 적지 않은 스트레스가 느껴졌다.
주문단가 설정창에서 조정할 수 있는 매도단가는 총 13개의 가격. 상한가에서 하한가까지 나눠진 12단계, 그리고 현재가로 주문할 수 있다. 순간 '상한가로 매도 주문을 넣어볼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상한가에 주문을 넣으면 매도가 될 확률이 낮은데다 설령 매도가 되더라도 대형 호재가 뒤늦게라도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불안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저런 고민을 하며 '괜히 시작했나'라는 후회가 들기도 했지만 과감하게(?) 매도버튼을 클릭하며 주문을 마쳤다.
소액이었지만, 투자는 투자다. 매도 버튼을 누르며 속으로 빌었다. '주가야, 제발 떨어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