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에 있는 국민은행 본점 전경.

전산 시스템 교체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국민은행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이 23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이 문제에 대해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국민은행은 다음주 중 감사위원회와 이사회를 다시 열고 같은 안건을 재논의한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임시 이사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다음주에 감사위원회와 이사회를 열고 오늘 논의한 안건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전산 시스템 교체 입찰 일정에 대해서는 "지난 4월24일에 했던 이사회 의사결정이 여전히 유효하다"며 "절차에 따라 계속 진행된다"고 말했다.

이 행장과 정병기 상임감사위원은 전산 시스템 교체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감사 의견서를 감사위원회와 이사회에 올렸으나 사외이사가 주축이 된 감사위원회와 이사회는 감사 의견서를 채택하지 않았다. 이날 감사위원회에서는 감사 의견서를 채택할 지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 행장은 이번 사태가 은행의 내분이라는 지적에 대해 "(사외이사에 대해) 거수기라는 비판을 하다가 이렇게 토론이 이뤄지는데 갈등이라고 하면 곤란하다"며 "이사들이 모여 은행에 가장 좋은 방향이 뭔지에 대해 논의하고 결론을 도출해 가는 과정으로 생각해 달라"고 답했다.

이 행장이 은행을 나선 뒤 40분쯤 지나 1층 로비로 나온 사외이사들은 이날 논의와 관련해 말을 아꼈다. 김중웅 이사회 의장은 "다음주에 결론이 날 것"이라고만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원래 27일 감사위원회와 이사회를 열기로 했지만 이사들의 개인적인 일정을 고려해 날짜를 다시 정하기로 했다"며 "다음주 중에는 감사위원회와 이사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민은행은 은행 전산시스템 교체를 놓고 경영진과 사외이사 간 내홍을 겪고 있다. 국민은행 이사회는 지난달 24일 열린 이사회에서 현재 운용 중인 IBM 메인프레임 전산시스템을 유닉스 기반 시스템으로 교체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 행장과 정 감사는 검토 단계에서 작성된 서류 등에 오류와 누락, 왜곡이 있었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정 감사는 이런 내용을 금융감독원에 보고 했고 금감원은 국민은행의 내부통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고 특별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은행 측은 지주 측이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지주 측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반박해 모회사와 자회사 간 갈등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금감원은 국민은행과 함께 KB금융(105560)도 특별검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