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말 일본 이동통신 시장은 1위 사업자인 NTT도코모가 50% 이상의 점유율로 선두를 달렸으며, 2위와 3위인 KDDI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29%와 18%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이는 SK텔레콤(017670)(50), KT(030200)(30), LG유플러스(032640)(20)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한국의 이동통신 시장과 닮아있다.
이에 따라 일본 역시 정체된 시장의 탈출구를 찾기 위해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골몰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아이폰'이다. 소프트뱅크는 후발주자라는 열세를 극복하고 2008년 일본 시장에 독점공급, 파란을 일으켰다.
난공불락의 성으로 불렸던 NTT도코모의 50% 점유율도 아이폰 덕분에 무너졌다. 이후 일본 이동통신 시장은 무한경쟁 시대에 접어들어 시장이 활력을 찾게 됐다. 작년 8월 기준으로 NTT도코모의 시장점유율은 46%. 소프트뱅크는 25.1%의 점유율로 5년간 400만명에 가까운 가입자가 이동했다. NTT도코모는 더 이상 1위라는 입지에 안주, 시장을 좌지우지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소프트뱅크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혁신적인 서비스, 단말기로 방어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입장이다.
◆ 일본 이통시장 만년 3위 소프트뱅크의 '반란'
최근 일본에서는 소프트뱅크의 실적이 화제다. 소프트뱅크는 2013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 순이익이 2012년 대비 41.5% 증가한 5270억엔(약 5조293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업계 1위인 NTT도코모(4647억엔)보다 순이익이 많아진 것. 매출도 소프트뱅크가 6조6666억엔(약 66조9600억원)을 기록, NTT도코모(약 44조8090억원)를 크게 앞질렀다.
물론 소프트뱅크가 해외기업 인수합병(M&A)에 잇따라 성공, 사세가 커진 것이 실적에 영향을 미쳤지만 전문가들은 소프트뱅크가 주력사업인 통신에서 파격적인 요금제와 아이폰 효과를 본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아이폰은 소프트뱅크의 시장점유율을 5년 만에 7% 가까이 끌어올린 주역이다. 일본에서는 소프트뱅크가 아이폰을 도입한 이후, KDDI(2011년), NTT도코모(2013년)가 뒤따라 아이폰을 내놓았다.
파격적인 요금제 도입도 주목할 만하다. 소프트뱅크는 2008년 아이폰 도입과 함께 3G 무제한 데이터정액제를 출시했다. 2011년에는 아이폰4S 도입과 함께 기존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무상으로 휴대폰을 교체해주는 무상기변 서비스를 선보였다. 지난해는 자사 가입자의 가족이 아이폰 5S·C 모델을 구입할 경우 데이터 요금을 1050엔 할인해주는 프로모션도 진행했다.
소프트뱅크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국경을 넘어 미국 3위 통신사업자인 스프린트를 사들였다. 안방에 안주하거나 해외 M&A 실패 악몽에 시달리는 국내 이동통신사업자와 대조적인 대목이다. 소프트뱅크는 내친김에 미국 4위 사업자인 T모바일까지 인수하겠다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
◆ 日 '5대3대2' 통신판 깨지다
그렇다면 소프트뱅크의 돌풍이 기업의 전략만으로 가능했을까. 여기에는 일본 정부의 정책도 한몫을 했다. 정부가 이동통신 시장의 체질을 바꾸고자 적절한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일본 정부는 2006년 번호이동제 시행을 계기로 시장 경쟁강화와 NTT도코모 50% 체제를 깨기 위해 후발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강화했다. 당시 경쟁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후발사업자인 소프트뱅크는 최초 5개월 기본료 면제, 추가 3개월 평균 1만엔 초과하면 다음 10개월간 기본료 면제 등의 파격적인 상품을 내놨다. KDDI도 보조금을 받지 않을 경우 2년 약정시 기본료 50% 할인해주는 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정부와 기업의 노력은 결국 시장을 움직여 저렴한 요금제와 통화품질 개선으로 이어졌다. 1위(NTT도코모)도 1999년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 플랫폼 '아이모드'를 출시, 새로운 먹을거리 창출에 나섰다. 또한 NTT도코모는 고품질 고가 전략에서 저가 요금제 출시에 동참, 일본 통신료 인하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NTT도코모는 지난해 아이폰5S를 출시하면서 경쟁사 대비 가장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했다. 단말기를 무료로 제공하고 가입자에게 기본료를 780엔을 인하해주는 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2위 사업자인 KDDI 역시 NTT도코모와 비슷한 수준의 요금제를 선보이면서 소비자들은 선택폭의 넓어졌다. 지난해 KDDI는 아이폰5S를 선보이면서 최대 2년간 매월 1480엔을 할인하는 결합 요금제를 선보였다.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은 "한국 이통사들은 단말기 확보에만 치중해 통화품질이나 서비스 등 소비자를 위한 전략이 부족하다"며 "해외의 경우 서비스 경쟁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으며, 다양한 요금제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