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차세대 화성 탐사 계획을 논의하는 모임이 열렸다. 이날 과학자들은 2020년 로버(rover·로봇 탐사 차량)가 화성 어느 곳에 착륙해야 하는지를 두고 토론을 벌였다. 앞서 3월 27일에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유럽우주국(ESA) 과학자들이 2019년 역시 화성으로 갈 로버 '엑소마스(ExoMars)'가 어느 곳에 내려야 하는지 논의했다. 화성을 두고 미국과 유럽 과학의 자존심을 건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평원 암석 vs 강·삼각주

화성 탐사 로봇은 주로 태양전지에서 동력을 얻는다. 이 때문에 활동 지역은 화성에서도 햇빛이 강한 남위 5도에서 북위 25도 사이 지역으로 압축된다. 미국과 유럽 과학자들은 이 중 생명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후보지로 두 지역을 꼽았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실용화한 다양한 화성 탐사 로봇. 로봇은 시간이 갈수록 덩치가 커졌다. 왼쪽 아래에서 시계 방향으로 소저너(1997년 화성 착륙), 스피리트·오퍼튜니티(2004년), 큐리오시티(2012년). /NASA 제공<br>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화성 주변을 도는 탐사선이 물에서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무기물의 흔적을 찾은 곳이다. 과거 화성 탐사선 바이킹과 패스파인더가 착륙했던 북위 25도 인근 지역이다. 대표적인 곳이 '모스 밸리스(Mawrth Vallis)'다. 평원 지대로 한때 진흙이었던 암석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둘째는 과거 강물이 흘렀던 모양이 남아 있는 '옥시아 팔루스(Oxia Palus)'나 강 하류의 삼각주처럼 생긴 '하이패니스 밸리스(Hypanis Vallis)' 등의 지역이다. 2004년 NASA의 로봇 '오퍼튜너티(Opportunity)'가 착륙한 남위 5도 지역에 가까운 곳이다.

◇화성 암석 첫 회수 계획도

미국은 처음으로 화성에서 채취한 시료를 지구로 가져올 계획이다. 2020년 화성에 착륙할 로봇은 2012년 화성에 착륙한 로봇 '큐리오시티(Curiosity)'와 비슷한 크기이지만 원통 30개에 채취한 시료를 담아 저장하는 기능이 추가됐다. 현재 58개 연구진이 새로운 화성 탐사 로봇에 대한 제안서를 NASA에 제출했다. 이후 또 다른 로봇이 화성에 착륙해, 앞서 로봇이 저장한 시료를 회수한다.〈그래픽 참조〉

미국보다 1년 앞서 화성에 갈 유럽의 엑소마스 로봇은 무게가 300㎏으로 900㎏인 큐리오시티보다는 작다. 하지만 큐리오시티가 암석에 2㎝ 깊이 구멍을 뚫는 데 비해 엑소마스는 2m 깊이까지 뚫을 예정이다. 엑소마스는 당초 유럽과 미국이 함께 추진했으나 2011년 미국이 빠지고 지난해 러시아가 대신 들어왔다. 러시아는 1970년에 달에 보낸 탐사 로봇 '루노호트(Lunokhod)'의 경험을 살려 엑소마스의 착륙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했다.

◇로봇 7대 중 5대 성공

지금까지 화성에 간 로봇은 모두 7대이다. 첫 화성 탐사 로봇은 1997년 미국의 '소저너(Sojourner)'였다. 전자레인지만 한 크기의 소저너는 바퀴 6개로 화성을 돌아다니며 토양을 분석했다. 2004년에는 미국이 스피리트(Spirit)와 오퍼튜니티라는 쌍둥이 로봇을 화성에 보냈다. 스피리트는 2010년 모래사장에 빠지면서 통신이 두절됐지만 오퍼튜니티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지구로 사진을 전송해오고 있다. 2008년 화성에 간 미국의 '피닉스(Phoenix)'는 로봇팔을 달고 있었지만 고정식이었다. 마지막은 2012년의 큐리오시티다.

2대는 임무에 실패했다. 1999년 1월 발사된 미국의 '마스 폴라 랜더(Mars Polar Lander)'는 처음으로 극지역을 탐사할 계획이었으나 착륙 도중 통신이 두절됐다. 유럽 최초의 화성 탐사 로봇인 '비글(Beagle) 2호'도 2003년 착륙 도중 실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