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한국형 헤지펀드의 성적은 어땠을까. 수익률을 기준으로 하이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의 활약이 돋보인 가운데, 전통의 강자인 브레인자산운용 등도 힘을 내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이전과 비교해 주식 대차의 어려움과 롱숏 전략의 대중화 등으로 시장을 주도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돼, 헤지펀드의 투자 지역과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하이, 삼성, 미래 올 들어 활짝
조선비즈가 12개 자산운용사가 내놓은 26개 펀드의 수익률을 살펴본 결과,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는 19개였다.
이 중에서 지난 14일까지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나타낸 헤지펀드는 하이자산운용의 '하이 힘센 전문사모 투자신탁 1호 종류 C-S'로 7.2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뒤를 이어 우리자산운용의 '우리 뉴 호라이즌 전문사모투자신탁 제1호 Class C-S',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맵스스마트Q 오퍼튜니티 전문사모투자신탁 1호 종류 C-F' 가 각각 6.13%, 5.79%로 뒤를 이었다.
삼성자산운용은 '삼성H클럽Equity Hedge 전문사모투자신탁 제2호_Cs' 등 상위 10개 펀드에 4개를 올려두는 저력을 발휘했다. 수익률은 3.5~4.2% 사이였다.
26개 펀드 중 16개가 롱숏전략을 사용할 정도로 이에 대한 의존이 절대적이지만, 세부 운용에선 차이를 나타냈다. 하이자산운용은 올 들어 선진국 변수에 우리 경제가 크게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했다. 이 때문에 선진국과 중국의 환율, 금리 정책과 무관하게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내수ㆍ소비업종을 주로 매수하고, 원화 강세와 중국 저성장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소재와 산업재 종목은 매도하는 전략을 폈다.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 중에서 현금 흐름이 개선되는 종목의 비중을 확대하는 등의 전략을 사용한 것도 박스권 장세에서 수익을 내는데 도움이 됐다. 배재훈 하이자산운용 헤지펀드 팀장은 "저금리 저성장 국면으로 인해 가치주와 배당주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구조조정이 끝나 현금흐름이 개선되는 종목에 우선 순위를 뒀다"고 전했다.
하이자산운용은 자산배분부를 별도로 두고 2주마다 향후 수익이 날 자산을 선별하는 등 조직 구조 관리에도 힘쓰고 있다. 이정철 하이자산운용 대표는 투자수익 대부분이 자산 배분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야기를 지난해부터 꾸준히 해왔다. 리서치와 운용본부를 함께 두고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 말 대부분 투자자들이 경기민감 대형주를 매수하고, 나머지 종목들을 매도할 때 반대의 길을 택했다. 상승이 아닌 하락 장을 예상했기에 가능한 움직임이었다. 김종선 헤지펀드 매니저는 "비즈니스 모델을 참고해 경쟁력이 높은 종목만 매수하고, 경기민감 대형주는 공매도를 했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최근에는 쏠림 현상이 발생했다고 생각해 포트폴리오를 다시 교체하고 있다.
리스크 관리에도 힘쓰고 있다. 주식의 경우 종목당 편입 비율을 제안하고, 채권은 신용등급기준과 듀레이션(채권의 가중치를 감안한 평균 만기)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철저히 관리에 나서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안정적인 수익률을 최우선 과제로 하던 것에서, 올 들어 연간 목표 수익률을 6%에서 9%로 상향 조정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까지 일정 기간동안 운용 성과를 쌓는 등 투자자와의 신뢰 구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올해는 한 걸음 더 나간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래에셋스마트Q오퍼튜니티펀드'는 퀀트(계량분석)와 기업의 펀더멘탈(기초체력) 분석을 조합한 퀀터멘탈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지난 2011년 12월 설정 이후, 17%에 가까운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이외에 대신자산운용의 '대신[밸런스] Corporate Event전문사모투자신탁 제1호 Class C-S'와 브레인자산운용의 '브레인 태백 전문사모투자신탁 1호 종류 C-S '도 각각 3.41%, 3.21%의 수익률로 뒤를 이었다. 반면 트러스트자산운용의 '트러스톤 탑건 코리아롱숏 전문사모투자신탁제1호 S클래스'와 '트러스톤 탑건 멀티스트래티지 전문사모투자신탁 제1호 S클래스'는 올 들어 각각 -6.21%, -4.74%의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고, 교뵤악사자산운용의 '교보악사매그넘1전문사모투자신탁ClassC-S'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며 고전하고 있다.
설정일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지난 2년여의 누적 수익률로 범위를 넓혀보면 브레인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 등의 성적이 눈에 띤다. 브레인 자산운용의 '브레인 백두 전문사모투자신탁 1호 종류 C-S'는 지난 2012년 9월 설정 후 수익률이 40.2%에 달했다. '브레인 태백 전문사모투자신탁 1호 종류 C-S'도 지난해 3월 설정 이후 18% 가량의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1.58%, 2년으로 범위를 넓혀도 3.8%에 불과했다.
삼성의 H클럽 시리즈인 '삼성H클럽 멀티스트레티지 전문사모투자신탁 제1호 _Cs', 삼성H클럽 오퍼튜니티전문사모투자신탁 제1호 _Cs' '삼성H클럽 Equity Hedge 전문사모투자신탁 제1호 Ci 클래스' 도 설정 후 20% 가량의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 투자 대상ㆍ지역 확대 이뤄져야
다만 롱숏 전략이 보편화 되고, 헤지펀드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올라가는데 대한 우려도 있다. 손위창 현대증권 연구원은 "올해 다소나마 거래 대금이 회복된데다, 롱숏 전략이 보편화 되며 특정 펀드가 시장을 주도하기 어려워진 것은 앞으로 수익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매도(숏)를 하기 위해서는 대차가 필요한데, 대차 잔고가 사상 최대 수준에 도달해 운용사들이 주식 대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악재다. 공매도 잔액은 45조원으로 이미 사상 최대치를 넘어섰다.
이로 인해 투자 지역과 투자 대상을 좀 더 확대해야 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올들어 '하나UBS글로벌롱숏증권자투자신탁', '한국투자아시아포커스롱숏증권자투자신탁', '신한BNPP아시아롱숏증권자투자신탁' 등 국내를 벗어나 해외에 투자하는 확장형 펀드들이 나오는 것도 이런 움직임과 맞닿아있다. 손 연구원은 "해외에 투자하는 펀드는 롱숏 뿐만 아니라 페어트레이딩(비슷한 기업 중 덜 오른 기업을 발굴해 매수하는 전략)까지 가능케 해 운용사 들의 보폭이 좀 더 넓어질 것"이라며 "앞으로 원자재, 통화, 채권 등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들이 서서히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