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롬북(Chromebook)'이 세계 PC 시장에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지난해 글로벌 PC 시장이 전년 대비 10% 감소(시장조사기관 가트너)하는 불황 속에서도 크롬북은 판매량이 급증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크롬북은 구글이 개발한 '크롬(Chrome)'을 운영체제(OS)로 사용하는 컴퓨터로, 2011년 삼성전자·에이서가 첫 제품을 선보였다. 이후 3년 만에 PC업계 1~5위 기업이 모두 크롬북을 만들 정도로 세력을 키웠다. 400달러(약 41만원) 이하의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판매량을 확대하고 있는 크롬북이 2년 후엔 애플의 컴퓨터 '맥(Mac)'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크롬 OS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와 달리 공짜 소프트웨어(SW)이기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SW 구매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컴퓨터를 켤 때마다 자동으로 OS 업데이트가 된다.

사실 크롬북이 처음부터 잘 팔린 것은 아니다. 2011년 출시 첫해만 해도 판매량은 5만 대에 불과했다. 브랜드가 약하고, 클라우드로 PC를 사용하는 방식이 낯설었기 때문.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크롬북을 만드는 제조사가 많아지고 제품도 다양해졌다. 해외에서는 윈도PC 의존에서 벗어나 값싸고 빠른 크롬북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구글은 이달 초 인텔과 공동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크롬북 행사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소개된 신제품은 20종이 넘는다. 올해 출시될 크롬북은 레노버·HP·델·에이서·ASUS·LG·도시바가 제조에 참여한다.

구글은 지난달부터 MS의 윈도XP 지원 종료를 겨냥, '정말 바꿔야 할 때(It's time for real change)'라는 공격적인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다음 달 말까지 크롬북을 사면 한 대당 100달러(약 10만2000원)를 할인해준다. 이 기회에 윈도에서 크롬으로 갈아타라는 뜻이다.

크롬북은 가격이 저렴해 대량으로 기기를 구매하는 학교나 기업 등에서 많이 사용한다. 구글은 "현재 1만 곳에 가까운 학교가 크롬북을 사용하고 있다"며 "이는 6개월 전과 비교해 2배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컨설팅회사 퓨처소스에 따르면 작년 4분기 미국 교육 시장에서 활용되는 기기 4대 중 1대가 크롬북으로 나타났다.

영국 런던의 한 유통점에 삼성전자가 만든 노트북'크롬북'이 진열돼 있다. 크롬북은 공짜 운영체제(OS)인 크롬을 사용하는 데다 클라우드 기반으로 PC 사용자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크롬 OS를 사용하는 컴퓨터 판매 대수는 지난해 293만 대에서 올해 648만 대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전망했다. 가트너는 "2016년까지 크롬 OS를 사용하는 기기가 애플 맥 OS보다 많아질 것"이라며 "크롬이 MS 윈도에 이어 PC 시장에서 둘째로 많이 사용하는 운영체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 기업들도 크롬 OS를 사용한 기기 제조에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구글의 전략적 파트너로 크롬북 초기부터 제조에 참여했다. 지난해는 말레이시아에 11만 대의 크롬북을 수출했다. LG전자 역시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4'에서 크롬 OS를 사용한 일체형 컴퓨터 '크롬베이스'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크롬북이 PC업계에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제품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2011년 한국에 '삼성 센스 크롬북 시리즈 5'를 출시한 이후 후속 제품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인터넷 환경이 MS의 '액티브X' 기술 위주로 구축돼 있어 크롬북 사용에 제약이 많은 것이 원인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해 하반기 국내 100대 민간 사이트를 대상으로 웹 호환성 실태를 조사한 결과, 75%의 사이트가 액티브X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크롬북을 해외에서 사 와도 온라인 쇼핑이나 인터넷 뱅킹 같은 서비스를 쓸 수 없다. 이경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다양한 웹브라우저(접속프로그램)를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 환경이 구축되어야 IT 기기는 물론이고 콘텐츠 생태계도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크롬북(Chromebook)

구글의 크롬 운영체제를 사용하며 인터넷 검색에 최적화된 클라우드(가상 저장공간) 기반 컴퓨터. 주요 프로그램이나 데이터를 하드디스크가 아니라 온라인 저장공간인 클라우드에 올려놓고 쓰는 것이 특징이다. 컴퓨터 전원 버튼을 누르면 7초 내에 켜질 정도로 부팅 속도가 빠르다. 내 컴퓨터를 분실하거나 고장 나도 온라인에 저장해둔 데이터는 안전하다. 새 PC를 구해서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넣으면 기존 PC에서 사용하던 데이터를 그대로 불러와 작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