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가 고객에게 이용료를 지급해야 하는 돈인 투자자 예탁금의 범위에서 증거금을 제외하는 법안이 추진된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의원은 이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14일 전했다. 이 경우 투자자들이 이용료 명목으로 받던 이자의 상당 부분은 줄어들게 된다. 투자자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진 증거금에 대해 증권 업계와 정치권에서 처음으로 다른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증거금, 예탁금과 성격 다르다"

투자자 예탁금이란 투자자가 주식이나 선물, 옵션 등을 거래하기 위해 증권사에 맡긴 돈이다. 증거금은 투자자가 일종의 매매 계약을 위해 담보로 납부하는 금액으로 예탁금의 일부로 여겨져왔다. 증권사는 한국증권금융에 예탁금을 위탁시켜 관리하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 중 일부를 투자자에게 이용료 명목으로 지급한다.

증거금이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1년과 지난해 있었던 감사원의 지적 사항 때문이었다.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받은 청약증거금 269조원에 관한 이자 343억원을 자사 수익으로 돌린 증권사의 행태가 감사 결과로 지적되는 등 이에 대한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이를 투자자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했고, 이에 금융위는 올해 초 예탁금 이용료에 대해 증권사가 동일한 이율을 투자자에게 적용하도록 정률제 시행을 권고했다. 이로 인해 고객이 받는 이용료는 상향 조정됐다.

이종걸 의원은 그러나 투자자 예탁금 중 장내 파생상품의 위탁증거금과 청약증거금, 펀드 예수금 등은 투자대기자금이 아닌 이미 투자가 실행된 자금이라며 이자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즉 이런 투자 실행은 이윤을 좇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증거금 성격의 예탁금에 대해서는 이용료를 물리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의 관계자는 “일본은 예탁금에도 이용료를 물리는 규정이 없으며, 미국은 상품 선물 거래 등의 증거금에 이용료를 지급할 수 있다는 조항은 있지만, 어느 증권사도 증거금에 대해 이용료를 지불한다는 규정을 둔 곳은 없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국내투자자가 해외투자시 내는 증거금에 대해서는 이자를 받지 못하고, 해외투자자가 국내 투자시 내는 증거금에 대해서는 이자를 받는 차별대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이로 인해 해외로 유출되는 금액은 약 155억원 가량이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국내상거래에서도 부동산 매매 등 계약금 또는 계약전 증거금, 오피스텔 청약증거금, 공연 예약금 등에 대해서는 이자를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것과 동일하게 증거금을 바라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개정안은 장내파생상품의 위탁증거금, 청약증거금, 펀드예수금에 대해서는 예탁금이용료 지급의무를 배제하는 조항을 신설했고, 예탁금 이용료 산정 기준을 정할 때 운용수익, 발생비용, 투자자 예탁금 평균잔고 등을 감안해 이용료를 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증거금 분리, 논리적인면도 있지만…

증권 업계와 법조계, 금융 연구단체 전문가들은 일단 증거금을 분리하는 자체는 논리적인 이유를 갖췄다고 했다. 한 법조인은 “투자자 예탁금은 소비임치(물건을 같은 물건이나 금전 등으로 돌려주는 것)에 해당해 언제든지 투자자가 반환 청구를 할수 있지만, 증거금은 반환 청구가 불가능해 둘의 법적 성격이 다르다”며 “이런 분리는 타당하다”고 말했다.

한 연구단체 관계자는 이 부분에 대해 동의했지만 “일부 증거금이 포함된 예탁금은 한국증권금융에 맡겨진 뒤 예금보험공사의 보험을 들게 돼 있다”며 “이는 예탁금이 일부 예금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의미로, 이자 지급의 논리가 타당하다는 증거”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증거금 제외시 이용료 감소액

실제 시행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 증시 전문가는 “실제 이 법안이 통과되면 증권사들이 예탁금인지, 증거금 인지를 나눠 관리해야 하는데, 일반 주식 거래를 할때 주식을 팔고 난 다음 결제가 되기 전까지는 예탁금으로 잡혀있지 않다”며 “이 기간 다시 거래 주문을 하면 상황이 좀 더 복잡해지는데, 현재 이런 점을 모두 나눠 금액을 관리할 능력이 되는지가 의문”이라고 했다. 실무적으로 증거금과 그렇지 않은 돈을 나누기가 복잡해 사실상 이 법안이 대부분의 이자를 제외하는 데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니냐는 뜻으로 읽힌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논의 방향은 일견 합리적이지만, 고객 들이 받는 돈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부분을 어떻게 설명하고 풀어갈지가 법 통과를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실의 추산에 따르면 이용료 지급대상에서 증거금을 제외하는 경우 투자자에게 지급되는 예탁금 이용료는 연간 692억원 가량 줄어들게 된다. 다만, 이 의원실은 지난 2011년 이후 기존의 예탁금 이용료 제도가 개선되면서 투자자들이 제도 개선 전에 비해 858억원 가량을 추가로 얻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