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최근 크게 떨어지면서 100엔당 원화 환율이 1000원선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 1월 이후 4개월여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전문가들은 환율 하락으로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해외생산이 늘어나는 등 예전보다는 환율 영향을 덜 받기는 하지만 그래도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 원·엔 환율, 4개월만에 990원대…환율 하락 가능성 높아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2.3원 내린 1022.1원에 거래를 마쳤다. 100엔당 원화 환율은 오후 3시 현재 998.9원을 기록해 지난 1월 2일(996.96원) 이후 최저치였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0.37엔 오른 102.28엔을 기록했다.(엔화 가치 하락)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3월말 1080원대에서 최근 1020원대로 급격히 떨어졌다. 문제는 앞으로도 환율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올해도 경상수지 흑자가 68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며 별다른 국제 금융시장 불안 요인도 없어 보인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국내 요인은 경상수지 흑자 등 하락 요인이 압도적이고 당국의 개입 강도가 변수일 뿐이다"며 "해외 요인에서 국제 금융시장 불안 등 별다른 사건이 없다면 환율의 방향은 하락 쪽이다"고 밝혔다.

원·엔 환율도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미 달러당 엔화 환율은 앞으로 크게 오르지는 않겠지만 원화 환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고 일본 정부가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하고 있어 엔화 환율이 하락할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원·엔 환율 하락은 계속된 원화 강세의 영향"이라며 "당분간 특별한 엔화 약세 요인이 없고 엔·달러 환율도 (100~105엔 정도의) 박스권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 환율 떨어져도 수출가격 올리기 힘들어…수출기업 수익성 악화 불가피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기업들이 타격을 받는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1000원 짜리 물건을 해외에서 1달러에 팔다가 환율이 10% 하락하면 똑같이 1달러에 팔아도 매출은 900원 밖에 되지 않는다. 1000원을 받으려면 해외에서 1.1달러에 팔아야 한다.

국내 기업들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가격경쟁력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수출가격을 올리기가 어렵다. 대부분 수출업체들은 수출가격을 올리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수익성과 채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수출물가는 전년동월대비 4.3% 하락했다. 지난해 3월 수출물가도 5.9%가 떨어졌으니 2년 연속 수출물가가 하락한 것이다.

신 위원은 "우리나라 수출제품의 품질과 기술력, 브랜드 등이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충성고객들을 가지고 있는 제품은 많지 않다"며 "값싼 중국제품들이 있는데 가격까지 높아진다면 우리나라 제품을 선택할 유인이 줄어든다. 원화강세라고 해서 수출가격을 올릴 수 있는 기업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특히 전기·전자, 자동차 등 일본과 경합하는 업종은 원·엔 환율의 하락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이래저래 수출기업들의 시름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