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도심 지하상가는 1970~1980년대 방공대피시설과 통행을 위한 지하보도 개념으로 만들어졌다가 나중에 상가로 발전했다.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지하상가를 만든 게 아니었기 때문에 일본 캐나다 프랑스 등 선진국처럼 화려한 구조물 등으로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공간이 못되고 있다. 시청역부터 을지로 입구를 거쳐 동대문역사문화공원까지 약3㎞ 구간이 지하상가로 연결돼 있지만 시청광장 지하상가, 소공지하상가, 명동지하상가, 회현지하상가 등이 서로 끊겨서 분리돼 있어 이동에 불편할 뿐 아니라 상가가 활성화되는데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지하상가를 연결해 외국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편집자주]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해외 관광객은 1217만5550명이었다.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서울 방문율(82.5%)를 적용하면 서울 방문 관광객수는 1004만5000여명으로 추정된다.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5월 외국인 관광객 50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곳은 명동(82.8%)이었다. 그 다음으로 동대문시장(53.9%), 인사동(49.2%), 고궁(41.9%), 남대문시장(38.6%) 순이었다. 남산/서울타워(36.7%), 홍대입구(35.3%), 북촌/삼청동(33%), 청계천(29.4%) 압구정/신사동(25.4%)도 10위안에 들었다.
10위권 방문지 중 압구정/신사동을 빼고는 모두 강북이었고 1~5위인 명동, 동대문시장, 인사동, 고궁, 남대문시장은 시청과 회현 등 도심 지하상가로 연결될 수 있는 지역이다. 현재 이들 지역에는 지상의 경우, 땅값이 비싸고 이미 많은 건축물이 들어서 있기 때문에 개발을 하기 어렵다. 지하공간은 아직 개발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지하상가를 연결하고 이들을 한류 관광 테마로 묶어서 외국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시키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곳곳이 끊긴 지하상가, 통행 어렵고 상가 활성화 안돼
시청역에서 을지로입구역, 을지로3가역, 을지로4가역,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동대문디자인플라자)까지는 지하상가로 연결돼 있다. 비가 오거나 겨울에 날이 추울 때, 눈이 많이와서 빙판길이 됐을 때 지하로 이동하면 참 편리하다. 그러나 을지로입구역과 명동지하상가, 회현지하상가, 남대문지하상가는 끊겨 있다. 이들 상가가 분리돼 있기 때문에 계속 이어서 통행을 할 수가 없고 그만큼 유동인구가 줄어든다.
상권이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기 때문에 강남에 비해 상가 분위기도 좋지 않다. 강남역의 강남지하상가, 고속터미널역의 터미널지하상가는 대부분 옷가게, 화장품가게, 가방가게, 휴대폰 통신사 대리점 등이 입점해 있다. 그러나 을지로지하상가 등 강북 도심지하상가에는 옷가게 등도 있지만 명함가게, 사무기기용품가게, 일용잡화점 등 일반적으로 좋은 상권에서 보기 어려운 점포들도 많다.
임대료와 권리금도 크게 차이가 난다. 강남 상가들은 권리금이 위치에 따라 수억원을 호가하는 반면 강북 상가들은 권리금이 거의 없거나 있더라도 보통 수천만원 정도에 그친다.
◆ 끊겨 있는 지하상가만 연결해도 시너지 난다
서울시는 2008년에 '지하공간 종합기본계획 추진·보완 계획'을 만들었다. 무분별한 지하공간의 개발을 방지하고 도시기능을 개선하기 위해 지하공간의 필요성이 높은 지역을 대상으로 '계획적 지하이용지구'를 선정하자는 취지였다.
당시에도 단절된 지하상가를 연결해 지하보행네트워크를 구축하자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그 때는 국민은행 명동 본점 앞의 명동지하상가를 을지로입구역까지와 한국은행 본점 앞까지 연결하고 그 만나는 지점에 있는 분수대 지역을 지하 문화광장으로 만들며 거기서부터 남대문지하상가까지 연결하자는 내용이 있었다. 회현지하상가까지 연결되는 구조다.
또 서울연구원(옛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2006년에 만든 보고서를 보면 현재의 남대문지하상가에서 남대문 근처까지를 지하로 연결해 숭례문지하공간을 만들고, 남대문에서 서울역까지 이어지는 구간과 남대문에서 시청역까지 이어지는 태평로지하공간을 구축하자는 내용까지 포함된 대규모 구상도 있었다.
당시 서울시의 계획은 예산상의 문제와 정책우선순위 때문에 계획이 구체화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쉬운 것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면 꼭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우선 가장 공사거리가 짧은 구간인 소공지하상가와 시청광장상가, 명동지하상가와 을지로입구역을 연결하고 소공지하상가와 한은 본점 앞의 소공지하차도, 회현역과 회현 지하상가까지 연결하는 것이다. 그러면 외국인 관광객이 주로 방문하는 명동, 남대문시장, 남산 입구 등을 지하로 연결할 수 있다.
그 다음에 을지로입구역에서 청계천을 지나 종각역까지 연결하고 종각지하상가를 종로2가 사거리까지 확장하면 인사동 입구까지 외국인 관광객들이 지하로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종로2가 사거리~종로4가역~종오지하상가를 연결하고 을지로4가역~종로4가 지하상가, 을지로5가~종로5가역 등을 잇게 되면 지하상가의 대규모 순환구조가 구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