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그룹 중국 법인 'STX중국조선투자유한공사'의 법정관리 신청이 차질을 빚고 있다. 사진은 STX중국조선투자유한공사가 투자한 다롄조선소 전경.

STX그룹의 중국 자회사인 STX중국조선투자유한공사(STX China Shipbuilding Holdings·STX중국유한공사)가 신청한 법정관리가 좀처럼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뚜렷한 이유 없이 일정이 지연되면서 국내 채권단과 협력업체의 자금 회수도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STX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STX조선해양 등 STX중국유한공사를 지배하고 있는 계열사를 통해 현지 법원에 한국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해당하는 파산 중정(重整)을 신청했지만 중국 법원은 이를 명확한 이유 없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STX중국유한공사는 세계 최대 해양플랜트 생산시설인 STX다롄(大連)조선과 STX다롄중공의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STX다롄의 회생가능성이 낮다고 봐서인지 모르겠지만 중국 법원이 명확한 사유 없이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며 "확답을 주지 않으니 파산 등 다른 절차도 검토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STX다롄은 지난해 말에도 법정관리 신청을 추진했으나 중국 공산당, 해당 지역 기관 등과 사전조율 과정에서 무산됐다.

STX중국유한공사 지분은 STX조선해양(51.7%), ㈜STX(011810)(28.04%), STX중공업(20.25%)이 나눠 갖고 있다. STX중국유한공사는 2007년 15억 달러(당시 약 2조원)를 들여 550만㎡(약 170만평) 규모의 다롄조선소를 만들어 한때 고용인력이 2만명을 넘어섰지만 경영 악화로 작년 3월부터 생산활동이 중단됐다.

파산중정이 받아들여지면 국내 법정관리와 비슷하게 채권신고, 회생계획안 마련, 실사 등을 거쳐 채권자들이 우선순위에 따라 채권회수를 진행하지만 중국 법원의 인가가 지연되면서 이런 절차도 미뤄지고 있다. 현재 STX중국유한공사에 대한 국내 채권은 산업·국민·신한·우리은행이 가진 1억5400만달러(약 1600억원) 신디케이트론과 협력업체 50여곳의 미회수 채권 1500억원 가량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빨리 결정이 나야 담보 시설을 팔아 어느 정도라도 회수할텐데 현재는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협력업체 중에서도 2~3차 협력업체로부터 소송에 시달리거나 회수를 포기하고 사실상 파산 상태인 곳도 많다"고 말했다.

STX 국내 관계사가 STX다롄에 선 지급보증의 이자비용이 늘어나는 점도 부담이다. 이들이 중국 채권단의 STX다롄에 대한 채권에 채무보증을 선 금액은 3월 말 기준으로 STX조선해양 3595억원, STX엔진(077970)1615억원, STX중공업 600억원 등 6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STX다롄의 경영이 악화되며 작년 8월에는 중국교통은행이 STX엔진에 해당 채무보증을 이행하라는 소송을 내기도 했는데 다른 관계사에서도 이같은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국내 채권단은 사실상 중국 현지 법원의 처리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STX다롄은 특별한 기술도 없고 사겠다는 곳도 없어 사실상 법정관리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현재로서는 중국 법원의 빠른 진행만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