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에 있는 우리은행 본점


매각을 앞둔 우리은행의 직원들이 우리금융지주(316140)에 우리은행을 합병시켜는 금융당국의 방침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의 합병이 이뤄지면 우리은행이 그동안 자랑해왔던 115년의 역사가 사라지고 13년 역사의 우리금융지주가 존속법인으로 남게 되기 때문입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노동조합은 최근 예금보험공사, 금융위원회, 우리은행 본점 로비에서 집회와 1인 시위 등을 벌이며 "우리은행을 존속법인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주사로 은행을 합병시킨다는 정부 안과 반대로 은행에 지주사를 합병시키자는 주장입니다.

금융당국이 우리금융으로 은행을 합병하려는 것은 절차가 상대적으로 간편하기 때문입니다. 상장사인 우리금융으로 비상장사인 우리은행을 합병시키면 합병 후 변경상장에 걸리는 기간이 약 3개월로 추정됩니다. 반대로 은행을 법인으로 유지하면 우리은행 재상장 절차에만 1년이 넘게 걸려 민영화가 늦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은행 직원들은 반대 논리를 폅니다.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협의를 통해 상장 특례를 적용받으면 재상장에 걸리는 기간이 3개월까지 단축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비용 문제도 발생한다고 지적합니다. 우리은행 명의로 발행한 외화채권 약 40억달러어치에 대해 해외 투자자의 동의를 받고 보상해 주는 데에 약 1500만달러(약 154억원·9일 달러당 1026원 기준)의 비용이 들어가고, 우리은행 명의로 계약된 각종 등기 계약 변경 비용이 약 157억원(건당 1만5000원으로 가정) 발생한다는 겁니다.

1899년 설립을 강조한 우리은행의 로고

우리은행은 '우리나라 첫 은행' 브랜드를 내세워 영업할 만큼 '최초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이 큽니다. 우리은행의 등기상 존속법인은 상업은행인데, 상업은행의 전신이 1899년 고종황제의 명으로 설립된 대한천일은행입니다. 우리은행 역사가 115년이라고 얘기하는 배경입니다.

우리은행은 지금도 매년 시무식을 고종황제와 대한천일은행 2대 은행장이었던 영친왕이 묻힌 홍유릉을 참배하는 것으로 대신합니다. 이순우 우리금융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최근 자신이 타는 회사차 번호를 '1899'번으로 바꿀 정도로 애착을 보이고 있죠. 그런데 2001년 탄생한 지주로 합병한다는 이야기에 직원들의 사기가 크게 꺾인 겁니다.

우리은행 노조가 시위와 집회를 진행하고 있지만 당국의 방침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소액주주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우리금융지주를 존속법인으로 해서 우리은행과 합병한 뒤 은행으로 전환하기로 이미 의결했으며 이런 계획은 변화가 없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