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는 9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브리핑에서 “세월호 사고 이후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됐고 이것이 내수 회복을 제약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세월호 사고 여파로 인한 소비위축이 한두 달 정도가 아니라 2분기 내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총재는 세월호 사고 이후 소비심리 위축이 단기에 머무를지 아니면 장기적으로 이어질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영향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최근 미 달러당 원화 환율이 1020원 수준으로 급격히 하락한 것에 대해서는 “원화 절상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쏠림 현상이 생기는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 일문일답.

블룸버그.

― 세월호 사고로 민간소비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앞으로 경기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나.
"세월호 사고 이후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이 사실이다. 내수 회복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소비와 관련된 백화점·대형마트 판매, 여행 관련 지표가 둔화되거나 감소하는 모습이다. 이런 소비심리 위축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가 중요하다. 과거 비슷한 참사가 있었을 때는 보통 한두 달 내 소비위축이 그치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번 사고는 과거보다 (소비위축 여파가) 더 오래갈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인것 같다. 한두 달이 아니라 2분기 내내 소비위축이 이어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 한은은 4월 경제전망을 발표하며 경기의 상·하방 리스크(위험요인)가 중립적이라고 했다. 그런데 세월호 사고 등 당초 전망에 포함되지 않았던 요인이 발생했다. 이런 사건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까.
"세월호 사고 이후 소비심리 위축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에 달려있다. 조기에 심리가 회복으로 돌아선다면 큰 흐름에 영향이 없겠지만, 더 오래간다면 분명 영향이 있을 것이다. 다만 4월 발표 이후 상·하방 리스크 어느 쪽이 더 크다고 단언하기는 이르다. 개인적인 소견으로 지난달 경제전망을 발표할 당시와 비교하면 상·하방 리스크의 내용은 달라졌다. 지난 전망에서는 대내 리스크보다 대외 리스크를 크게 우려했는데, 한 달 흐름을 보면 대외리스크는 생각보다 약화된 모습이다. 미국 연준의 정책기조 전환이 상당히 빨라지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이런 우려는 약화돼 대외 리스크는 개선됐다. 반면 세월호 등 국내 리스크는 조금 커졌다. 영향이 단기에 그친다면 우리 경제의 큰 흐름을 바꿀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만간 나올 하반기 경제전망에 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겠다."

― 최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급격히 하락했다. 환율 움직임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원화 절상 속도가 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단기간 한 방향으로 움직임이 이어지면 쏠림 현상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한다.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원화 절상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상식적인 수준에서 보면 단기간 급변동은 분명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 수출입 거래 과정에서 상당한 혼란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다만 원화 절상이 실질구매력을 높여 부진한 내수를 살리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원화 절상의 부정적·긍정적 효과를 정확하게 말하기 어렵다."

― 환율이 급락하고 있는데 외환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으로 판단하나.
"시장기능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 시장기능이 작동되지 않는 상황으로까지 두지 않겠다는 뜻이다."

― 미국 연준은 금리를 정상화하는 과정이고 유럽중앙은행(ECB)은 통화정책을 더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처럼 보인다. 주요 선진국의 통화정책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한은이 미국 금리 인상 시작 전에 필요하다면 먼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나.
"미국과 유럽 통화정책은 모두 완화 방향이라고 본다. 물론 미국은 양적완화가 끝나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기준금리를 정상화하는 방향이고, 유럽은 더 완화하는 방향이다. 미국과 유럽 통화정책 기조와 정도를 면밀히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들 통화정책의 전개가 국제금융 시장과 신흥국, 자금흐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상시 모니터링 하고 있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경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그 전에 금리 방향을 말하기 어렵다."

― 취임 이후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 같다.
"우리는 현재 연 2.50%인 금리 수준을 경기 회복을 어느 정도 뒷받침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시장에서도 아마 그렇게 평가하는 것으로 본다. 이를 전제로 한은은 우리 경제가 올해 4%, 내년 4.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가 잠재성장률 이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보는 것인데 이런 경기 흐름을 가정한다면 적어도 기준금리 방향은 인상 쪽이지 않겠냐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 곧 금리인상을 논의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 기획재정부는 당분간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반면 총재는 금리인상 가능성을 얘기한다. 재정당국과 통화당국이 손발이 안 맞는 것인가.
"기재부는 재정정책을 언급한 것이다. 한은이 운용하는 통화정책은 결국 금리인데, 우리는 지금 금리 수준을 우리 경제 회복을 뒷받침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와 한은은 엇박자가 아닌 것 같다."

― 오늘 기재부가 세월호 쇼크를 완화하기 위한 내수 부양책을 발표했다. 한은도 금융중개지원제도를 통해 내수를 지원하겠다는 방안이 포함됐다.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12조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현재 집행되는 않는 것을 빨리 집행하겠다는 내용이다. 집행이 되지 않은 자금 대부분이 기술형창업지원 분인데, 이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정부의 기술금융활성화대책이 구체화되면 기술금융 관련대출을 지원한도에 포함한다든지 해서 지원대상을 추가하면 소진이 더 빨라질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