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유통되고 있는 OTP 단말기

최근 금융 정보보안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금융권의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의 보급률이 늘고 있지만 시각장애인은 보안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OTP단말기는 폰뱅킹이나 인터넷·모바일뱅킹 때 입력해야 하는 보안 비밀번호를 거래 때마다 생성해 주는 보안 장치이지만 음성 서비스는 안되고 있다.

5일 금융보안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3월말) 기준 OTP 이용자 수는 944만3581명, 거래건수는 1억6480만건으로 전분기보다 각각 8.3%, 2.9%씩 늘었다. 안전한 전자금융거래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높아지고 각 금융기관에서도 OTP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은 이런 보안 강화 추세에서 소외돼 있다. 현재 시판된 단말기는 작은 화면에 매번 새로운 숫자가 나타나는데, 음성 서비스가 안돼 시각장애인은 이용할 수 없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하나은행은 전자금융거래 규정을 개정, 영업점장의 승인을 거친 뒤에는 점자보안카드를 이용하는 장애인 고객의 전자금융 보안등급을 OTP 사용 고객과 같은 1등급으로 올려주는 방안을 마련했다. 최근 전자금융 이체 때 OTP를 이용하지 않는 보안등급 하위단계 고객의 일별 이체한도가 대폭 줄어 장애인 고객이 불편을 겪는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지방은행 등 대부분의 은행들도 점자보안카드를 사용하는 시각장애인 고객의 전자금융 이체한도를 전과 같이 유지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점자보안카드를 이용하는 시각장애인 고객의 경우엔 음성으로 추가 인증을 하는 단계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런 방편이 불편을 일시적으로 해소할 뿐, 시각장애인의 전자금융거래에 대한 보안 문제가 여전히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금이체 한도가 줄어 불편하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OTP보다 보안이 취약한 보안카드 이용 고객의 자금이체 한도를 임의로 늘리는 것은 오히려 금융사고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우리은행과 외환은행 등 일부은행은 OTP단말기 제조업체인 미래테크놀로지가 개발 중인 시각장애인용 OTP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 업체는 올해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이어폰을 꽂으면 음성으로 비밀번호를 안내해 주는 OTP 단말기를 개발하고 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각장애인 전용 OTP 단말기는 일반 단말기보다 배터리 수명이 짧고 기기 단가가 올라가는 등의 문제가 있어 적정한 정책을 세워 제대로 보급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