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건과 관련해 유병언 전 세모 회장 일가의 기업들이 은행·신용협동조합·계열사와 비정상적 금융거래를 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금융권에선 금융기관들이 이 기업들에 특혜성 대출이나 부실 대출을 해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산업·경남은행 등 은행 4곳과 신용협동조합, 유씨 관련 회사에 대한 회계감사를 한 회계 법인 등에 대해서도 대대적 특별 검사에 착수했다. 유씨 관련 기업의 금융거래와 관련해 금융권에서 제기되는 5대 의혹을 정리했다.

①산업은행, 부채 비율 급등 예상하고서도 100억 대출했나

본지가 청해진해운의 감사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산업은행은 세월호 선사(船社)인 청해진해운의 부채 비율이 급등하리라는 것을 예상하고서도 100억원에 가까운 거액 대출을 해 준 것으로 나타났다. 청해진해운은 2010년까지만 해도 부채 비율이 210% 수준이었고, 2011년에는 278%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2010년에는 3억원, 2011년에는 12억원 적자를 기록해 대출로 연명하는 상황이었다. 통상 은행은 부채 비율 200%가 넘으면 신규 대출을 제한한다.

김한식 청해진해운 대표, 피의자로 검찰 출석… 29일 오전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김한식 대표가 부축을 받으며 인천지방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김씨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비리와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그런데도 2012년 청해진해운은 일본에서 세월호를 구입하면서 산업은행으로부터 시설 자금 명목으로 2012년 78억원, 2013년에 20억원을 더 대출받았다. 그 결과 청해진해운의 부채 비율은 2013년 415%까지 치솟는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청해진해운에 100억원을 추가 대출하면 부채 비율이 급등할 것을 알면서도 대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은행들이 로비를 받고 무리한 대출을 했거나, 대출 심사가 부실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은행 측은 "청해진해운은 연체가 없었고, 대출액보다 담보 가치가 20% 더 높아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②계열사끼리 빈번한 자금 대여와 빚보증

유씨 일가 계열사들은 자기들끼리 빈번한 자금 거래를 해 왔다. 다판다라는 회사는 호진산업에서 24억원의 담보를 제공받으면서 동시에 클리앙에 43억원의 담보를 제공했다. 담보가 부족해 다른 회사에서 담보를 제공받으면서, 동시에 다른 회사에는 그보다 많은 금액의 담보를 제공하는 기형적인 금융거래가 벌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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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트라이곤코리아는 태진피비앤, 금오산맥 등 계열사에 45억원을 대출해줬고, 천해지는 아이원아이홀딩스로부터 42억원의 담보를 제공받으면서 아해프랑스에 19억원을 대출해줬다. 수사 당국에선 "계열사끼리 자금 거래를 하면서 자금 세탁이나 비자금 조성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수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③담보 가치 초과하는 담보대출과 과다한 신용대출

통상적으로 담보대출은 대출액이 담보 가치를 밑도는 게 정상이다. 기계 같은 동산 담보대출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져 기계값의 70% 정도만 대출해 준다. 그러나 유씨 일가 계열사들은 담보 가치 이상으로 대출을 받기도 했다.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온지구는 1억8000만원짜리 동산을 담보로 9억원을 대출받기도 했다. 해당 은행에선 "담보를 초과하는 부분은 신용대출 또는 다른 계열사로부터 연대보증을 받은 경우"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특혜 대출인지를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④세모 관련 기업 전국 신용협동조합과 비정상적 금융거래

유병언씨 일가가 소유한 기업들은 전국의 신용협동조합 10여곳에서 수시로 대출을 받았고, 현재 잔액만 100억원가량이다. 세모는 세모·인평신협에서 각각 7억8500만원과 3억2000만원을 대출받았고, 건설회사인 트라이곤코리아는 한평·남강·인평신협에서 각 15억원, 2억9000만원, 14억원을 대출받았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정상적 기업이라면 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울 때 저축은행을 찾지, 신용협동조합과 이처럼 많은 금융거래를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유씨 일가가 구원파 교인들이 중심이 돼 만든 신협에서 자금을 수시로 끌어다 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⑤종교 단체가 건설사에 280억 사실상 PF 대출 집행

세모 관련 회사인 트라이곤코리아는 유씨의 장남인 대균씨가 지분 20%를 가진 건설회사다.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10년 구원파 교회 단체로 알려진 '기독교복음침례회'에서 281억원이란 거액을 대출받았다. 현재 트라이곤코리아는 서울 광진구에 14층 규모의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 '광진트라곤시티'를 건설 중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종교 단체가 교회를 짓는 것도 아닌데 건설사에 PF 대출을 한 것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유씨 일가가 구원파 신도들이 헌금 등으로 낸 돈으로 일가가 지배하고 있는 건설사에 특혜성 대출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