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터널을 걷다보니 천장에 지름 3m쯤 되는 돔형 구조의 공간이 보였다. 이곳에는 과일나무에 열매가 맺힌 것처럼 500여개의 전구가 매달려 있었다. 한쪽 벽면에 설치된 태블릿PC '아이패드'에서 노란색 버튼을 누르자 전구 조명의 색상이 노란빛으로 변했다. 잠시 후 음악이 나오자 전구가 리듬을 타면서 깜빡거리고 색상을 자유자재로 바꿨다. 스위치 없이 스마트폰·태블릿PC로 조명을 켜고 색상을 조절할 수 있는 필립스의 스마트 조명 '휴(Hue)'를 시연한 장면이다.
이달 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폐막한 국제 조명·건축 박람회에는 필립스, 오스람, 삼성전자, LG전자 등 2400여개 회사가 참가했다. 이들은 무선통신 기술을 이용해 조명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스마트(똑똑한) 전구'를 대거 선보였다.
◇조명이 사람 위치 인식
필립스는 이번 전시회에서 조명을 이용한 가시광 무선통신(VLC) 기술을 선보였다. 이 기술은 와이파이, 블루투스 같은 근거리 무선통신과 달리 매장에 설치된 조명과 모바일기기 사이에 빛을 이용해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예를 들어 파스타 재료를 사러 마트에 온 소비자가 앱(응용프로그램)을 실행하면 조명기기가 소비자의 위치를 파악한 뒤 음식 재료가 있는 장소까지 이동하기 가장 빠른 길을 스마트폰에 표시해준다. 채소 코너에서 멈추면 '파프리카 50%' 할인 같은 쿠폰도 스마트폰에 저절로 띄워준다. 에릭 론돌라 필립스 조명사업부문 사장은 "조명은 단순히 빛을 제공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무선통신 기술과 결합해 모든 것이 디지털로 연결되는 시대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오스람은 '라이트파이'로 불리는 스마트 조명을 소개했다. 이 조명은 사용자 취향과 환경에 따라 조명 색상을 바꿀 수 있다.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 '지그비'를 활용, 스마트폰·태블릿PC로 집 안 전체의 전구를 제어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전등을 켜고 끈다
한국 기업들도 모바일기기로 전구를 제어하는 스마트 조명 기술을 선보였다. 삼성전자의 스마트 전구는 블루투스 기술을 적용했다. 스마트폰 하나로 최대 64개의 조명을 조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 전구를 올 8월 유럽에 출시할 계획"이라며 "미국 컴캐스트, 독일 도이치텔레콤 등과 수출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으로 조명을 제어하는 기술을 공개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집 밖에서 라인을 통해 "안방 조명 좀 꺼주세요"라고 말하면 조명이 바로 꺼지는 식이다. LG이노텍은 관람객이 직접 건물 조명을 무선으로 제어하는 지능형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시스템을 구현해 눈길을 끌었다. 전자태그(RFID),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의 사원증을 통해 개인별, 층별 조명을 각각 제어하는 기술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