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조선(造船) 업계 1위 기업인 현대중공업그룹이 최근 잇따르는 '악재(惡材)'로 분위기가 뒤숭숭합니다. 올 3월 이후 3개 계열사 조선소에서 5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해 6명이 숨졌습니다.
21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LPG(액화석유가스) 운반선 건조(建造) 현장에서 불이 나 협력업체 직원 2명 사망과 2명 부상으로 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같은 울산조선소에서는 지난달 25일에도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작업대 붕괴로 추락해 세상을 떴습니다.
이달 7일에는 울산 현대미포조선 야적장에서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작업 중 추락사했습니다. 지난달 6일 전남 영암 현대삼호중공업 작업장에서 협력업체 직원 1명이 2t 무게 철판에 깔려 숨지는 등 기초적인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아 일어난 사고들입니다. 그러다 보니 '최악의 봄'이라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사고가 잇따르는 원인으로는 '부실한 안전 교육'이 꼽힙니다. 조선 경기가 조금씩 회복돼 신규 채용을 늘리고 있는 와중에, 안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지요. 한 관계자는 "안전 교육을 철저히 하고 있지만 수만여명의 직원을 한 명씩 관리하기도 힘들고 위험 요소가 많은 조선소 특성상 사고를 완전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세계적 기업인 현대중공업의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궁색한 해명'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사고위험 경보제'를 비롯한 안전관리 강화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의 임금인상 요구안을 들고 나섰습니다. 노조는 지난주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기본급 대비 6.5% 임금인상, 임금인상과 별도로 성과금 250% 이상 등 요구를 담은 임금·단체협상안을 확정해 회사 측에 제시했습니다.
노사는 다음 달부터 협상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민노총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현재 노조 집행부는 강성(强性)으로 분류돼 '19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협'을 해온 현대중공업의 '평화적 노사관계'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조선업계가 오랜 침체의 터널에서 겨우 벗어나려는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의 연이은 악재가 회복 조짐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정상의 자리에 있다가도 순간의 방심으로 큰 위기를 맞은 기업들이 많습니다. 현대중공업이 허리띠와 신발끈을 다시 바짝 매고 심기일전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