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비싼 대형 가전제품 판매에 치중하던 전자회사들이 최근 '세컨드(second) 가전'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세컨드 가전이란 가정에서 양문형 냉장고, 대용량 세탁기 등 메인 가전제품을 구입한 뒤에 필요에 따라 하나 더 사는 작은 제품을 말한다.
사람 손바닥만 한 미니 스팀 다리미, 문 하나짜리 소형 냉장고, 유아용 미니 세탁기 등이 세컨드 가전 범주에 들어간다. 업계는 지난해 국내 세컨드 가전 시장이 3조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7.2% 성장한 것으로 추산했다. 중소·중견 업체에 이어 최근에는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들도 뛰어들고 있다.
◇소형 세탁기·휴대용 청소기…세컨드 가전이 뜬다
세컨드 가전 시장은 중소·중견 업체들이 선도해왔다. 대형 업체들과 정면으로 맞붙기 어렵다고 보고 틈새시장을 개척한 것이다. 이런 분야 중 하나가 청소기다. '웅~웅'거리는 소리가 많이 나는 진공청소기는 아침이나 밤에 사용하기가 곤란하다. 이 때문에 맞벌이 가정에서는 진공청소기가 있어도 좁은 공간만 간단히 청소하는 휴대용 청소기나 주인이 없어도 방을 청소하는 로봇 청소기를 추가로 구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2007년 1만5000대에 불과했던 로봇 청소기 판매량은 지난해 12만대를 돌파했다. 오픈마켓(온라인 장터)에서 로봇 청소기 판매로 이름을 날린 중견 전자회사 모뉴엘은 최근 크기를 더 줄이고 물걸레질 기능을 담은 신제품을 내놨다.
한경희 생활과학은 2월 말 손바닥 위에 올라갈 정도로 사이즈가 작은 '초소형 스팀다리미'를 출시했다. 기존 스팀 다리미보다 크기를 절반 이하로 확 줄인 제품이다. 이 회사의 추성엽 마케팅실장은 "주부모니터링단에서 기존 제품은 옷을 걸어놓고 사용하기 때문에 주름을 잡기 어렵고 크기가 커서 손목이 아프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초소형 다리미는 출시 한 달간 5000대가 넘게 팔릴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메인 가전 보완하는 용도로 인기
세컨드 가전의 인기는 사회 변화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TV·냉장고처럼 더 큰 것, 더 비싼 것을 선호하는 가운데 한편으로는 소형 가전을 찾는 수요도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업계는 1인 가구와 독신 남녀가 늘어난 것을 주요인으로 보고 있다. 또 소득수준이 향상되면서 기본으로 쓰는 메인 제품을 하나 갖춰놓은 뒤에 기호에 맞게 작은 제품을 하나 더 구매하려는 소비자들도 많다.
LG전자나 삼성전자 등 대기업도 세컨드 가전의 성장성을 내다보고 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꼬망스 컬렉션'을 내놓았다. 기존 드럼세탁기·양문형 냉장고·진공청소기 등의 '미니(mini) 버전' 7종을 묶어 하나의 제품군으로 만든 것이다. LG전자는 꼬망스 컬렉션을 1인 가구만 타깃으로 한 소형 가전이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 추가로 구입하는 '세컨드 가전'으로 마케팅 포인트를 잡았다. LG전자는 "양문형 냉장고를 사용하는 집에서도 자녀 간식을 보관하는 소형 냉장고나, 음식 재료를 모아놓는 냉동고 등을 원하는 경우가 있다"며 "기존 가전제품을 대체하기보다는 보완하는 용도로 세컨드 가전이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특정 소비자를 타깃으로 출시한 제품들도 있다. 삼성전자의 '아가사랑 세탁기'가 대표적이다. 영·유아를 둔 가정에서는 아이 옷은 어른 세탁물과 따로 세탁하는 경우가 많다. 매일 빨아야 하는데 드럼세탁기로 돌리기에는 세탁물이 너무 소량이다. 이런 가정을 겨냥해 삶는 기능까지 넣어서 나온 것이 유아 전용 미니 세탁기다.
동부대우전자도 이와 비슷한 콘셉트의 벽걸이형 미니 드럼세탁기를 출시해 매달 2000대 이상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동부대우전자 국내영업전략유통팀 윤우석 상무는 "자녀 건강을 챙기거나 세탁물이 적어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에 관심을 가진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