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0일 불이 난 삼성SDS 과천 데이터센터 화재의 여파가 이튿날인 21일에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삼성카드 홈페이지 접속과 온라인 및 모바일 결제가 중단되는 등 삼성의 주요 금융 계열사 서비스는 물론 해외에 제공되는 각종 서비스들이 차질을 빚으면서 후폭풍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삼성SDS 관계자는 “과천 데이터센터가 수원센터의 보조(백업)센터 역할을 하는 곳으로 이번 화재로 인한 데이터 소실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신과 서비스 이용자들은 정작 이를 믿지 않는 눈치다. 보조로 사용하는 데이터 센터에서 불이 났는데도 삼성의 주요 계열사 서비스가 중단된 이유를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삼성SDS가 서비스 장애에 대해 안내조차 하지 않고 서비스를 차단하는 등 회사측의 초동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삼성 글로벌·금융 서비스 마비 잇따라

삼성SDS 과천 데이터센터 화재의 여진은 삼성 계열사 곳곳으로 전달됐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엔가젯은 21일 삼성전자(005930)스마트폰과 태블릿PC, 스마트TV 제품들에 오류 메시지가 나왔다는 제보가 쏟아졌다고 전했다. 미국과 영국의 이용자들은 "삼성 스마트허브가 마비됐다"며 삼성전자의 공식 트위터 계정에 이유를 묻는 글을 잇따라 올렸다. 스마트허브는 삼성전자의 스마트TV 플랫폼이다.

삼성닷컴에 올라온 공지문.

삼성의 주요 계열사 웹사이트들도 장애를 겪었다. 삼성닷컴은 21일 오전 10시까지도 오류를 해결하지 못했다. 삼성은 공지를 통해 “20일 12시쯤 발생한 과천 삼성SDS센터 전산시스템 장애로 삼성그룹 홈페이지와 영삼성 서비스 이용이 제한된다”고 밝혔다.

삼성경제연구소(SERI)의 기업 대상 사이트인 ‘SERI CEO’ 웹사이트도 서비스가 중단됐다.

삼성경제연구소에 올라온 서비스 일시중지 안내문.

삼성 금융 계열사는 이번 화재로 가장 큰 피해를 봤다. 사고 직후 삼성카드의 온라인 결제, 모바일 앱카드 결제, 홈페이지 접속, 자동응답시스템(ARS) 등 일부 서비스가 마비됐다. 가맹점과 버스, 지하철 등에서는 삼성카드 결제가 가능했지만,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카드 결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시의 지방세 인터넷 납부시스템인 이텍스(etax)도 이날 오전 9시쯤 삼성카드로 납부가 불가능하다고 공지했다.

삼성SDS가 제공하는 인터넷 전화 서비스도 불통 상태에 빠졌다. 삼성SDS는 네트워크 인프라를 담당하는 회사인 삼성네트웍스를 2009년 합병했다. 삼성SDS 관계자는 “인터넷 전화 회선서비스도 과천 데이터센터에서 관할한다”며 “현재 70만개 회선 중 20만개가 마비됐다”고 말했다.

◆ 서비스 마비 왜 일어났나…이용자 불만 토로

삼성SDS는 화재 원인과 관련해 “무정전 전원장치(UPS) 증설을 위해 비상 발전기를 가동하는 도중 불이 났다”고 밝혔다.

삼성SDS는 불이 나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과천센터 서버들의 가동을 중단시켰고, 수원센터로 정보들을 이관하는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S 관계자는 “과천 데이터센터는 주로 백업(보조) 데이터센터로 활용된다”며 “이번 불로 인한 데이터 소실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회사측의 해명을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과천 데이터센터를 주요 데이터 보관소로 쓰는 삼성경제연구소(SERI)와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제외하면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어야 하는데 피해가 의외로 컸다는 것이다. IT전문지인 엔가젯은 “한 곳에서 난 불이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이처럼 큰 타격을 줬는지가 가장 큰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시스템통합(SI) 업계 한 관계자는 “주요 전산센터로 옮긴 데이터가 원래 데이터와 다른지 살피는데 상당시간이 소요된다”며 “불이 난 과천 데이터센터가 보조 역할을 했다면 서비스 복구에 오랜 시간이 걸릴 리가 없다”고 말했다.

삼성의 글로벌 이용자들은 20일(현지시각) 서비스 장애에 대한 문의를 트위터에 올렸다.

해외 서비스 이용자들은 삼성의 미흡한 초동대처에 불만을 쏟아냈다. 영국의 한 이용자는 삼성전자가 영국에서 운영하는 트위터 계정에 “시스템 마비에 대해 정말 아무런 지원이나 설명이 없느냐”고 질문했고, 또 다른 이용자는 “삼성닷컴 웹사이트가 마비되면 모든 삼성 스마트 기기들도 마비되는가 보다”고 적었다. 국내에서는 삼성카드 가입자들이 “제대로 안내를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차단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삼성SDS측은 “유럽과 연결된 해외 인터넷망에 잠시 장애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며 “해외에서 서비스 중단에 따른 불만은 아직 접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