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이제 세계 친환경차 시장을 선도할 것입니다."(앤디 팔머·일본 닛산 부사장)

20일 개막한 베이징모터쇼는 향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주도할 곳은 중국임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현장이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물량 측면에서 커지는 것은 물론 질적인 변화까지 견인하고 있음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대표적인 사례는 전면에 부상한 친(親)환경차이다. 지금까지 중국 시장은 화려한 고급차나 실용적인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가 대세였고, 친환경차는 미국·유럽 브랜드의 기술력을 자랑하기 위한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롤스로이스·마이바흐와 더불어 세계 3대 명차(名車) 브랜드인 벤틀리가 이날 사상 처음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를 공개한 것은 상징적인 장면이다. 벤틀리가 내연기관이 아닌 전기 동력을 사용하는 자동차를 선보인 것은 최고급 자동차들도 대세인 친환경차를 거스를 수 없다는 방증이다. 볼프강 슈라이버 벤틀리 CEO는 "5~6년 안에 전 차종의 90% 정도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만들 것"이라며 "고급 브랜드의 미래는 친환경차에 있다"고 말했다.

"親환경차 전쟁 시작됐다"

이번 베이징모터쇼에는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차가 120대에 이른다. 세계 3대 모터쇼 중 하나인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의 두배 수준이다. 중국 시장의 위상을 반영한 것이다. 이 중 상당수가 친환경차다.

푸조는 이날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콘셉트 하이브리드카 익졸트(Exalt)를 전면에 내세웠다. 1.6L 엔진에 50㎾ 전기 모터를 더해 340마력을 뿜어낸다. 6단 자동 변속기가 적용됐다. 볼보도 S60L 하이브리드카를 선보였다. 이 차는 올해 12월부터 판매되는 중국 전용 모델이다. BMW도 판매 중인 전기차 i3를, 폴크스바겐도 골프의 하이브리드 버전인 '골프 GTE'를 내세웠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아차가 쏘울 전기차를 전시했고, 쌍용차는 소형 SUV 하이브리드 콘셉트카 'XLV'를 아시아 최초로 공개했다.

중국 브랜드도 친환경차 흐름에 가세하고 있다. 상하이자동차는 로예(Roewe) 브랜드의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수소연료 전지차를 무대 앞에 세워놓았다. 친환경차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출이다. 창안자동차, 비야디(BYD)도 각각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를 공개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中 정부, 대대적 친환경차 육성

전기를 동력으로 쓰는 친환경차의 가장 큰 약점은 세계 각국에서 충전소가 대부분 미비(未備)하다는 점이다. 배터리 때문에 차 값도 비싸다. 한국은 물론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전기차가 대량 판매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글로벌 완성차가 중국 시장에 몰리는 것은 중국 정부가 2020년까지 친환경차 누적 판매량을 500만대로 끌어올리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 사진)폴크스바겐 "친환경차시장 적극 공략" - ‘ 베이징 모터쇼’개막을 하루 앞둔 19일 중국 베이징 국가체육관에서 열린‘폴크스바겐그룹 나이트’에서 마틴 빈터콘 회장이 세계 친환경차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아래 사진)기아車, 中겨냥 'K4 콘셉트카' 첫 공개 - 기아자동차 고위 관계자들이 20일 중국‘베이징 모터쇼’에서 중국 시장을 겨냥한‘K4 콘셉트카’를 세계 최초로 선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카에는 최대 3만5000위안(약 584만원), 전기차는 6만위안(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각각 지급 중이다. 지난해 중국의 전체 자동차 판매(2000만대) 가운데 친환경차는 5만대 미만이어서 향후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국의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는 '경계 대상 1호'로 꼽힌다. 이번 모터쇼에는 참가하지 않았으나 이달 말 중국에서 '모델 S' 판매를 시작한다.

세계 최초 양산 전기차 '리프'를 만든 일본 닛산의 앤디 팔머 부사장은 "전기차는 분명히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종이 될 것이고, 중국 시장이 그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