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계열 지방은행인 경남 광주은행 매각의 걸림돌이었던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이 가까스로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그러나 대다수 경제활성화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머물러 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을 비롯해 분양가 상한제 신축 운영, 학교 근처 유해시설 없는 호텔 건립 등 주요 경제활성화 법안들은 1년이 넘게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3.9%로 전망하면서 각종 경제활성화 법안의 이행 효과를 반영했다. 따라서 이들 법안의 통과가 미뤄질수록 올해 성장률 목표치 달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오는 것이다.

오는 6월 지방선거 일정을 감안할 때 이들 법안이 이달 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할 경우 9월 정기국회까지 논의가 지연될 것으로 관측된다.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온 나라의 추모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지면서 주요 국회 일정은 당초보다 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 70여개 경제활성화 법안 국회 계류 중

20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활성화 법안은 70여개에 달한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이 대표적이다. 의료와 교육 등 제조업을 제외한 모든 산업을 서비스산업으로 보고 제도 개선과 규제 완화를 추진, 내수활성화와 고용 창출을 달성하자는 게 이 법안 제정의 목적이다. 그러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1년9개월째 머물러 있다.

보험사에 해외환자 유치활동을 허용하자는 의료법 개정안도 지난해 6월 발의됐지만 보건복지위원회에 발목이 잡혀있다. 지난 2일 원격의료 허용과 관련해 정부가 낸 의료법 개정안도 이 위원회에서 다뤄지지만 역시 진통이 예상된다. 야당은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제정과 의료법 개정을 의료영리화의 사전 수순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신축 운영을 골자로 하는 주택법 개정안은 정부가 주택 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꺼낼 수 있는 마지막 카드로 꼽힌다. 침체된 시장 상황을 고려해 분양가 상한제를 포괄적으로 풀면서 필요한 지역에 분양가 상한제를 유지하겠다는 내용이다. 건설업계의 숙원으로 2012년 9월 국토교통위원회에 제출됐지만, 분양가 연쇄 상승 우려 등으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 핫 이슈였던 학교 옆 유해시설 없는 관광호텔 설립도 1년이 넘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묶여있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유해시설 유무와 상관없이 호텔 자체가 학교 주변에 들어서는 게 교육 환경에 좋지 않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 외에도 클라우드컴퓨팅 발전법 제정안, 크라우드 펀딩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마리나 항만 조성 및 관리법 제정안이 모두 해당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 지방은행 조특법 외에 처리 순탄치 않을 듯…’안홍철 KIC 사장 사퇴 문제 진행형’

대표적인 경제 법안 중 하나인 우리금융의 자회사 매각과 관련한 조특법 개정안은 여야가 원포인트로 통과시키기로 지난 18일 합의가 됐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우리금융은 경남, 광주은행 매각 시 부과되는 법인세 6384억원, 증권거래세 165억원을 감면받을 수 있다. 지방은행 매각의 최대 걸림돌이 해소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외의 법안 처리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기재위 전체회의는 세월호 침몰 사태를 감안해 지난 18일에서 오는 23일로 일정을 늦춰 개최키로 했음에도 안홍철 KIC 사장 사퇴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야당 의원들은 초지일관 사퇴를 주장하며 기재위를 보이콧해왔다. 이번에 여당이 사퇴에 합의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가까스로 회의가 재개됐지만 안 사장이 물러나지 않는 이상 파행이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안 KIC 사장은 고 노무현 대통령 등에 대한 트워터 논란으로 야당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또 오는 6월4일 지방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아 여야를 막론하고 법안 논의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정기국회인 9월까지 법안 논의가 지리하게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투자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중요한데 관련 법안들이 통과되지 않으면 성장률 개선에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 추가적인 악영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지금처럼 경기가 살아나기 시작할 때 법안이 통과돼야 상승 추세를 이어나갈 수 있다"며 "정책은 시차가 중요한데 때를 놓치면 의미 없는 게 많다"고 말했다. 변 실장은 경제활성화 법안 통과가 지연되면 경제성장률이 0.1~0.2%포인트 정도 내려갈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