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무라 겐지 지음 김현석ㆍ여선미 옮김 책이있는풍경 240쪽 1만5000원

일본전산의 이기는 경영

"돈 없고, 연줄 없고, 인재도 없이 시작한 창업 초기의 나가모리 시게노부는 회사 안에서 늘 "하루 24시간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각자의 몫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무서울 정도로 일에 몰두했다. 그때 그가 강조했던 '정열, 열의, 집념', '지적 하드워킹', '즉시 하자, 반드시 하자, 될 때까지 하자' 등의 말은 지금도 일본 전산의 3대 정신으로 소중하게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은 일본에서 정밀 모터 부문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는 '일본전산'이란 회사의 경영비결을 소개했다. 지난 1973년 단 3명으로 창립된 이 회사는 현재 계열사 140개, 직원 13만명, 매출 8조원이 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회사를 일군 나가모리 시게노부 회장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그는 일본 국내 부실기업들을 인수해 1년 안에 모두 흑자로 돌려놓으며 '부활의 신', '재건의 귀재'라고도 불렸다.

나가모리 시게노부는 1944년 8월 교토의 한 농가에서 여섯 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1963년 교토 시립 라쿠요공업고등학교를 거쳐 1967년 직업훈련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고 음향 및 컴퓨터 주변기기 제조사인 티악에 입사했다. 이후 3년 뒤 기계 제조사인 야마시나 세이키로 옮겼고 26살의 어린 나이에 당시 신설된 모터 부분의 사업부장이 됐다. 하지만 그는 이 회사를 3년 만에 그만두고 독립을 결심, 28살에 일본전산을 창업하기에 이르렀다.

창업 당시 일본전산은 열악했다고 한다. 외진 시골의 세평까지 창고가 사무실이자 공장의 전부였다. 창업자금은 2000만엔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에게는 탁월한 경영능력이 있었다. 나가모리 시게노부 회장은 철저히 '이익을 내는 경영'을 추구했다. '일등이 아니면 모두 꼴찌'를 강조했다. 그는 '앞서 가려면 남보다 두 배로 일하라', '살아남기 위한 대전제는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며, 그래서 적자는 죄악'이란 말들을 달고 살았다고 한다.

그의 직원 채용 방식도 무척 독특했다. '밥 빨리 먹기, '화장실 청소', '큰 소리로 말하기', '오래 달리기' 같은 시험으로 지원자들의 근면성과 민첩성 등을 시험했다고 한다. 그리고 모든 직원이 가진 능력 그 이상을 항상 주문했다고 한다.

또 그는 부실기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해 줄줄이 흑자로 돌려놓았다. M&A(인수합병)를 통해 회사 몸집을 계속 키운 것이다.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했다. 덕분에 일본전산은 일본이 장기간 불황에 빠졌던 과거 10년 동안에도 매출이 10배가 늘어나며 살아남았다. 그 사이 엔고와 리먼 쇼크, 컴퓨터시장의 축소 등 악재는 거듭됐었다.

이 책은 일본 닛케이비즈니스의 주임편집위원이자 일본 경제 전문기자인 다무라 겐지가 썼다. 그는 20년 동안 직접 일본전산 임원을 인터뷰하고 취재한 내용을 정리했다고 한다. 혹독한 경제 상황에서도 자신만의 경영철학으로 묵묵히 사업을 일궈 나간 나가모리 시게노부의 이야기는 단순히 경영자로서 아닌 한 사람의 치열한 인생 이야기로도 흥미를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