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의 지점 폐쇄 등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노사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한국씨티은행이 내부적으로 작성한 영업점 평가자료를 놓고 인력 구조조정을 위한 '살생부'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추가로 폐쇄될 10개 지점도 공개됐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지난주 영업본부장을 대상으로 'BM(Branch Manager·지점장) 평가 기초자료'를 작성해 올리도록 지시했다. 이 자료에는 지점장을 'Pass(통과) 그룹'과 'Doubtful(의심스러운) 그룹'으로 분류해 각각 이름과 지점명을 적게 돼 있다. 은행 내에서 '데쓰노트(Death Note)'로 불리는 이 자료는 지난 8일 씨티은행이 56개 점포를 없애는 영업점 효율화 방안을 발표하고 나서 작성됐다. ‘Pass 그룹’은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람, Doubtful 그룹은 구조조정 때 내보낼 사람을 의미한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국씨티은행 측은 통폐합 영업점장에 앉힐 적임자를 선별하기 위한 작업일 뿐 구조조정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점포 통합에 따른 인력 감축이 불가피한 만큼 이 같은 움직임이 결국 대규모 구조조정을 준비하는 포석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또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16일 사내 공지를 통해 영동·옥수동·방배남·명동·부천·남역삼·광장동·반포중앙·부평중앙·청담파크지점 등 10개 지점을 추가로 폐쇄한다고 밝혔다. 지난 8일 한국씨티은행의 수원역·경서동·도곡매봉·압구정미성·이촌중앙의 폐쇄 결정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15개 지점의 명단이 나온 것이다. 한국씨티은행은 190개 지점 중 56개 지점을 폐쇄하는 등 전체 지점의 30%를 줄일 계획이다.

한편 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은 사측의 점포 감축에 강력 반발하면서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노조는 이달 말 전면 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