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만 야구팬을 잡아라."

지난달 29일 프로야구 시즌이 개막되면서 주류(酒類)·식품업체들의 '야구장 마케팅 전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고객들에게 자사(自社) 제품을 집중 홍보하고 또 TV 중계나 보도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데 야구장만 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프로야구 입장객은 총 644만명, 한 경기당 평균 1만1000여명이었다.

오비맥주하이트진로는 올해도 야구장 독점 판매권을 놓고 양보 없는 일전(一戰)을 벌이고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잠실·사직·광주구장에 이어 올해는 NC다이노스 홈구장인 창원구장과 계약을 맺고 카스 맥주를 독점 판매한다. 여기서는 하이트 등 다른 맥주는 아예 구경도 할 수 없다.

반면 하이트진로는 문학·대전·대구구장에서 하이트 맥주만을 독점으로 팔고 있다. 다만 목동구장에서는 오비맥주의 경우 생맥주를, 하이트진로는 캔맥주를 각각 판매하며 접전을 펼치고 있다. 현재 오비맥주만 판매하는 사직구장은 이달 22일 출시되는 롯데맥주의 진입 여부가 변수다.

김승록 하이트진로 과장은 “가족 단위 관중과 여성 팬들이 부쩍 늘어나면서 야구장이 맥주업체들에 뺏길 수 없는 마케팅 전장(戰場)이 됐다”고 말했다.

치킨 업체도 마찬가지다. BBQ치킨은 8개 프로야구 전 구장의 외야 펜스에 광고판을 설치하고 LA다저스 류현진 선수의 사인이 새겨진 야구 모자 4만개를 고객 선물로 증정하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 '강호동 치킨'으로 알려진 육칠팔은 넥센 히어로즈의 홈 구장인 목동구장 중계석에 광고판을 설치했고, 네네치킨은 NC다이노스와 스폰서 계약을 맺고 창원구장에서 상시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미스터피자
는 피자와 치킨 6조각, 양파 튀김 등을 함께 담은 '홈런박스' 세트 메뉴를 집중적으로 밀고 있다. 박열하 BBQ치킨 전무는 "야구장 주변 매장의 배달 시간을 단축하는 게 승부처"라며 "1초라도 앞당기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고 말했다.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는 매주 월요일 '야구 데이(Day)' 행사를 펼치고 있다. 전날 경기를 기준으로 이긴 팀을 응원한 고객에게 '치즈 후라이'를, 진 팀 쪽 고객에게는 위로의 맥주 2잔을 무료 제공한다. 해태제과는 잠실구장 1루 외야석 쪽 '홈런볼 존(Zone)'으로 타구가 날아갈 때마다 상금 100만원을 적립해 시즌이 끝난 뒤 복지 시설에 기부하는 이벤트를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