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회장의 꿈이었던 'STX 월드베스트'가 적혀있는 건물 벽을 한 직원이 바라보고 있다.

한때 재계 서열 13위까지 오르며 승승장구했던 STX그룹이 위기에 빠진 것은 무리한 인수합병(M&A)를 통해 회사를 키우며 그룹 내실이 무너졌고, 때마침 불어닥친 세계 경기 침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STX그룹은 조선업을 하는 STX조선해양과 해운업을 하는 STX팬오션(현재 팬오션) 중심으로 사업을 벌여왔다. 2008년 미국 금융 위기가 터지자 경기 민감 업종인 조선업, 해운업은 곧바로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선박 발주량이 줄고, 해운 물동량이 급격하게 감소한 것이다. 조선 기자재와 선박용 엔진, 선박 건조, 해상 운송으로 사업이 짜여져 있던 STX그룹은 장기간의 경기 침체를 버틸 수 없었다. 결국 2012년에만 STX그룹은 1조4000억원가량의 적자를 기록해야 했다.

강덕수 전 회장이 회사를 키우는 과정에서 무리한 M&A를 통해 덩치를 키운 것도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강 전 회장은 2001년 개인 재산 20억원을 투자해 쌍용중공업을 인수한 이후 곧바로 대동조선(STX조선해양)을 인수했다. 2002년에는 구미·반월공단 열병합발전소 2기를 인수하며 STX에너지를 출범시켰고, 2004년 범양상선(팬오션)을 인수하며 회사 덩치를 급격하게 키웠다. 당시 대동조선과 범양상선의 인수 자금만 각각 1000억원과 4000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M&A 방식이었다. STX는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인수 기업의 지분을 다른 투자자에 매각해 인수 자금을 마련했다. 이후 인수 기업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새로운 기업인수를 위한 자금을 준비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주력 계열사가 위기에 처하면서 이 방식이 더 이상 먹혀들지 않았다. 결국 각 계열사의 재무 상태가 나빠지면서 그룹 전체가 위기를 맞는 상황이 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2012년 STX그룹에 유동성 위기가 왔을 때 ‘결국 올 것이 왔다’는 시각으로 이를 바라봤다.

현재 STX 계열사들은 뿔뿔이 해체돼 기업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STX 계열사들의 정상화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GS그룹이 인수한 STX에너지를 제외하면 STX조선해양과 STX 등은 채권단 관리 아래서 현재 체질을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상화까지는 막대한 자금과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된 강 전 회장과 이 회사들이 얽힐 경우 회사 정상화가 지체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