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중국 경제지표가 금융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하회한 경우가 많은데, 지표가 부진할 수록 국내 증시에는 호재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제지표 부진이라는 악재보다는 중국 정부가 그만큼 강도 높은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호재에 글로벌 투자자들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오는 16일 중국 정부는 1분기 경제성장률을 발표한다. 중국 정부가 밝힌 올해의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7.5%이지만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1분기에는 이를 밑도는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와 노무라는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이 7.3%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증권일보에 따르면 중국 거시경제 전문가들의 예상치는 평균 7.2%였다.

연초부터 발표된 중국 경제지표들은 작년에 비해 대부분 부진했다. 올 들어 발표된 1~2월 산업생산, 고정자산투자, 소매판매, 제조업 지표는 금융시장 전문가의 예상치를 밑돌았다. 2월 수출이 작년보다 18.1%나 감소한 데 이어 3월 수출도 6.6% 줄었다.

그동안 중국 경제지표가 부진하면 국내 증시도 영향을 받았다. 지난달 8일 중국 2월 수출이 발표된 이후 국내 증시가 개장한 10일 코스피지수는 1% 이상 떨어졌다.

하지만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경제전문가들의 예상치를 밑돌더라도 국내 증시가 큰 충격을 받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 정부가 투자자들의 지나친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경기부양책을 앞당겨 발표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중국에서 발표된 경제지표를 토대로 이미 금융시장에서는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정부의 목표치를 밑돌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어서 실제로 수치가 발표된다고 해도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진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 정부는 경기 방어를 위해 작년에 7~8월에 발표했던 미니 부양책을 올해는 앞당겨 4~5월에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미 시장의 관심은 경제지표 부진보다는 경기부양책에 쏠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에서 연초부터 부진한 경제지표들이 잇따라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상하이종합지수가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상하이종합지수는 약 두 달만에 2100을 돌파하기도 했다.

일부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중국 경기둔화 우려가 국내 증시에 충분히 반영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병규 동양증권 연구원은 "1월, 2월 HSBC 제조업 PMI 잠정치 발표 당일 아시아 증시는 약 1% 하락했지만 3월 HSBC 제조업 PMI 발표 당일에는 오히려 상승했다"면서 "부진한 경제지표가 계속 발표되면서 중국 경제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오히려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