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중국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에 짓는 반도체 공장이 다음달 가동에 들어간다. 2012년 9월 공장 기공식을 열고 공사에 착수한지 1년 8개월만이다.

시안 반도체 공장에서는 업계 최초로 ‘3차원 수직구조 낸드(3D Vertical NAND) 플래시메모리’를 본격 양산하게 된다.

이 공장에는 삼성전자의 역대 중국 투자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70억달러가 들어갔다.
이 공장은 삼성전자가 해외에 지은 반도체 공장 가운데 미국 텍사스 오스틴 공장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삼성전자가 시안 반도체 공장을 짓는데는 중국 정부와 지방정부의 지원이 컸다. 중국 시안시 정부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이 완공되면 약 1만명 가량의 고용창출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 당국은 삼성전자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고속도로에서 공장까지 5.6㎞에 이르는 간선도로를 새로 만들어주기도 했다.

시안은 중국 진나라를 포함한 13개 왕조가 수도로 삼았던 곳으로 옛 유적이 많이 남아있는 상징적인 도시다. 최근 들어 중국 서부지역에서 진행 중인 경제개발 프로젝트의 핵심 도시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00년부터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부지역을 개발하면서 시안시와 같은 도시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이런 투자 붐을 따라 국내 기업들도 시안에 진출하고 있다. 작년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시안을 직접 방문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반도체 생산 과정은 크게 전(前)공정과 후(後)공정으로 나뉘는데 시안 공장에는 전 공정 라인이 들어간다. 실리콘 웨이퍼에 복잡한 반도체 회로를 얹는 공정이다.

삼성전자가 시안 공장에서 양산할 3D 수직구조 낸드플래시는 이런 회로를 수직으로 쌓은 기술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반도체 업계 최초로 개발한 것으로 기존 제품보다 생산 비용은 적게 들고 성능과 안정성은 높다. 경쟁사인 일본 도시바나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아직 확보하지 못한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당초 2013년에 공장을 완공하고 10나노미터(㎚)급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겠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3D 수직구조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하면서 계획을 바꿨다. 10나노급 메모리를 생산할 때보다 투자 비용이 줄어들고 수익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장 완공시기를 올해 봄으로 늦추고 건설비를 더 투자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생산계획 변경에 따라 시안 공장에 들어간 투자액이 70억달러에서 약 100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존 공장 외에 후공정 라인을 새로 짓기 위한 신규 투자 5억달러도 추가 투자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3D낸드플래시에 대한 수요를 봐가면서 생산량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초기 생산량은 300㎜ 웨이퍼 기준 월 7만장 정도를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삼성전자가 현지에서 생산한 낸드플래시 판매를 통해 연간 600억위안(한화 약 10조원)의 매출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시장은 올해 326억6000만 달러(약 34조8972억 원) 규모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354억400만달러, 2016년 401억1700만달러로 성장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시안 반도체 공장 완공으로 오스틴 공장에서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시안에서는 모바일 기기 내 데이터를 처리하는 차세대 3D 낸드플래시를 양산하는 체제를 갖추게 됐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2분기에 3D 낸드플래시를 본격 출시하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것으로 본다”며 “이에 따라 반도체 부문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