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에 있는 우리금융지주 본사

농협금융지주의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인수 작업이 마무리된다. 작년 말 농협지주가 우리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 우리금융저축은행 패키지의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뒤 4개월 만이다. 인수 가격은 1조500억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지주(316140)는 11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우투증권 패키지 매각을 승인했다. 농협지주도 이날 오후 6시 이사회를 개최하고 우투증권 패키지 인수 계약을 승인할 예정이다. 양 사는 다음주 초쯤 주식매매계약(SPA)을 맺고 매매계약을 완료할 계획이다.

◆ 쉽지 않았던 가격 협상…저축은행 가격·우투증권 佛 소송으로 난항

농협지주는 작년 12월 26일 우리투자증권패키지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1월말까지 실사를 진행한 뒤 가격 협상에 들어갔다. 하지만 두 회사의 가격 협상은 우리금융저축은행 인수가격 문제와 우투증권이 연루된 프랑스 보솔레이 지역 부동산 개발사업 소송 문제로 난항을 겪었다.

농협은 당초 우리투자증권 9500억원, 우리아비바생명 700억원, 우리금융저축은행을 3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우리금융 이사회의 반발에 부딪쳤다. 이에 농협지주가 저축은행 가격 인상안을 일부 수용하고 우투증권 인수가격을 약간 인하하는 조건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소송건과 관련해선 우리금융이 우투증권의 패소가 결정되면 인수대금에서 손실액을 사후 공제하는 대신 농협이 우투증권의 승소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조건 등을 붙여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투증권은 프랑스 법원에서 1심에 패소한 뒤 항소에 들어갔으며,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2년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 총자산 4조원대 공룡 증권사 탄생…인력 구조조정 불가피

농협지주가 우투증권을 품에 안으면서 증권업계에는 자산 4조원대의 공룡 증권사가 탄생하게 됐다. 자산 순위 1위다. 작년말 기준 우리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3조4729억원이며 NH농협증권의 자기자본은 8782억원이다. 사명은 NH우투증권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직원 수도 1위가 된다. 작년 9월말 기준 우투증권 총임직원 수는 2998명, 농협증권의 임직원 수는 946명이다. 두 회사를 합치면 총 임직원이 약 4000명에 달해 현재 업계 1위인 대우증권의 총임직원 3110명을 앞지르게 된다.

총자산 250조원 규모의 농협금융(12월말 기준) 역시 우투증권 패키지를 품에 안으면 총자산 290조원 규모의 대형 지주사로 재탄생한다. 특히 비은행부문이 강화돼 농협금융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그러나 금융권 관계자들은 두 증권사 합병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조직의 업무 영역이나 조직이 상당히 겹치는 데다, 증권업계가 불황으로 조직 슬림화에 나서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이에 우투증권 노조는 지난 8일 서울 서대문 농협지주 본사 앞에서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중단하고 고용안정 협약을 체결하라"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우리아비바생명은 농협생명과 합치고, 우리금융저축은행은 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 우리금융 민영화 본게임 우리은행 매각 남아

우리금융 계열사 가운데 우리파이낸셜과 우리F&I가 각각 KB금융(105560)대신증권(003540)으로 인수돼 새 주인을 찾았다. 경남·광주은행은 각각 BS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해졌지만 지방은행 매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6500억원의 세금을 면제하는 조세특례제한법의 개정 작업이 국회 파행으로 지연되며 발목이 잡힌 상태다. 다만 여야가 최근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하기로 합의해 기재위가 정상화되면 조특법 개정안이 이달 중 통과될 가능성이 커졌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현재 우리금융 민영화의 본게임인 우리은행의 매각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 공자위는 우리은행 지분을 희망수량 입찰방식으로 매각하되 경영권을 원하는 전략적 투자자(SI·Strategic Investors)와 경영권에 관심이 없는 재무적 투자자(FI·Financial Investors) 간 차별을 두기 위해 입찰 단위를 ‘10% 초과’와 ‘10% 이하’로 구분해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상반기 중 우리은행 매각 방안 발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