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2050 돌파 여부입니다."
코스피가 올 들어 처음으로 종가(終價) 기준 지수 2000을 돌파한 10일, 증권 전문가들은 환영을 하면서도 대부분 이런 논평을 내놨다. 올 들어 장 중에 코스피가 2000을 돌파한 적이 4번이나 됐지만 지수가 2000 근처에만 가면 쏟아지는 펀드 환매 물량 탓에 2000 목전에서 번번이 무릎을 꿇었다. 그러다 마침내 2000선을 돌파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2000선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지난 3년간 '박스권 장세'에 갇혀 한 번도 시원하게 뚫고 올라간 적이 없는 2050선을 돌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6개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에게 향후 증시 전망과 변수 등에 대해 물어봤다.
◇상승장 이어질지 관건은 2050 돌파 여부
한투증권 이준재 센터장은 "코스피 올해 첫 2000 돌파는 연초부터 우리 증시의 최대 불안 요인이었던 신흥국 리스크와 중국 그림자금융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조정되고 있다는 낙관론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6명의 센터장 모두 "증시가 지수 2000시대에 안착하려면 3년 가까이 '벽'으로 작용해온 2050을 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증시 역사상 코스피가 2000포인트를 뚫고 올라간 것은 총 33차례(종가 기준)다. 2100포인트를 넘나든 것도 아홉 차례나 됐다. 2011년 5월 2일에는 사상 최고치인 2228.96포인트까지 오르는 등 94거래일 연속 지수 그래프가 2000포인트 윗선에 떠 있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11년 중반 이후엔 어쩌다 2000포인트를 돌파해도 2050선 앞에서 번번이 무너졌다. 전문가들이 2050선을 '박스권 장세' 탈출의 시그널로 보는 근거다. KDB대우증권 홍성국 센터장은 "1분기에 악재로 작용했던 것들이 '해소'된 게 아니라 다소 '완화'된 상태고, 분위기가 좀 좋아지고 있다는 정도이기 때문에 2000 돌파를 너무 과신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센터장 6명 중 5명은 상반기엔 코스피 지수가 2050을 뚫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 근거로는 국내 기업들의 실적 개선과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대신증권 조윤남 센터장은 "4~5월에 2100까지 상승 가능할 것으로 보며, 다만 6월에 중국 신용 문제 등이 불거져 주춤했다가 3분기 이후엔 2050 상단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스권 탈출 동력은 중국에 있다
전문가들에게 우리 증시가 이번만큼은 다를지 전망을 물었더니 한목소리로 "중국에 달렸다"고 답했다. 2011년 이후 증시를 박스권에 가둔 '주범'은 국내 기업들이다. 주요 기업들의 수출 증가율이 떨어지면서 경제 성장세가 둔화됐는데, 수출 물량이 향하는 거대 소비시장인 유럽과 미국의 불황 탓이 컸다. 그런데 이번엔 변수가 중국이다. 미국·유럽은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반면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정부의 경제성장 목표치인 7.5%도 달성하기 힘든 국면을 맞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세관)는 이날 중국의 3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6.6% 감소하는 등 수출입 총액이 9.0% 줄었다고 밝혔다. 이대로라면 1분기 경제성장률이 7.3% 남짓에 머물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이창목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이 2분기에 성장률 7.5%를 회복할 수 있을지가 중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부실기업 연쇄부도 위기와 그림자금융 문제도 위험 요인이다. 이준재 한투증권 센터장은 "중국 신탁상품 만기가 2분기 말에서 3분기 초 사이 집중적으로 돌아온다. 아직 예금자 보호제도나 파산법 등 제도 정비가 미흡해, 중국이 이 위기를 어떻게 넘을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어떻게든 성장률 7.5% 수치를 맞추기 위해 경기 부양책을 강화해 결국엔 목표치를 달성할 것(신동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이라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에 낀 '어중간한 입지' 때문에 한국 증시가 앞으로도 파격적인 상승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선 한국이 인도네시아·베트남 같은 신흥국만큼의 성장성은 없는 나라임이 분명하고, 이런 입지는 앞으로도 바뀌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