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이 7일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지낸 최연희(70) 전 의원을 건설·디벨로퍼 분야 회장 겸 농업·바이오 부문 회장으로 영입한 이후, 김준기(70) 동부그룹 회장의 독특한 인사(人事) 스타일이 입방아에 오르고 있습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김준기 회장이 정관계(政官界) 출신을 유별나게 선호한다는 사실이 또다시 확인됐다"고 말했습니다. 증거는 여럿입니다. 김 회장은 작년 2월 오명(74) 전 부총리를 전자·IT·반도체 부문 회장 겸 동부하이텍 대표이사 회장으로 영입했습니다.
동부그룹 8개 상장 계열사가 올해 선임한 사외이사 가운데 관료 출신 비중은 45%에 달합니다. 이는 10대 그룹 전체의 '사외이사 중 관료 출신' 평균 비중(36%)보다 높습니다. 강경식 전 부총리는 2000년부터 동부그룹 금융부문 회장으로 3년간 활동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동부에 영입된 상당수 정관계 인사는 김준기 회장과 개인적 인연이 있다는 점입니다. 최연희 전 의원은 고향이 강원도 동해로 같을 뿐 아니라 동해시에 있는 북평중 동기(同期)동창입니다. 오명 전 부총리는 김 회장의 경기고 선배이고, 강경식 전 부총리와는 어렸을 때부터 집안 간 교류가 있었다고 합니다.
김준기 회장에게 정관계는 생소한 분야가 아니라는 점도 한 요인으로 꼽힙니다. 김 회장의 아버지는 김진만 전 국회 부의장으로, 1954년 제3대 민의원에 당선된 후 7선(選)을 기록한 정치인이었습니다.
김 회장의 친동생인 김택기 전 동부화재 대표는 16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태백·정선에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김택기 전 의원의 부인인 이양희 성균관대 교수는 이철승 전 신민당 총재의 딸입니다. 김 회장의 외삼촌인 김형배 전 동부그룹 제조부문 회장은 공업진흥청장을 지냈습니다. 이런 집안 배경으로 김 회장의 정·관계 인맥이 상대적으로 넓다는 지적입니다. 그룹 관계자는 정관계 출신이 많이 중용되는 이유와 관련, "전직 관료와 정치인들의 경륜 및 노하우를 그룹 사업에 접목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재계 관계자들의 시각은 다릅니다. 특히 최연희 전 의원은 건설·농업 분야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의구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으로부터 전방위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는 동부가 정치인 출신을 영입해 '바람막이용(用) 로비스트'로 쓰려 한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