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KIKO·환헤지 통화옵션상품) 사태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들이 검찰에 재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키코 상품을 판매했던 은행들이 키코가 위험한 상품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담긴 검찰 수사 보고서를 근거로 제시했다.
키코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는 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을 수사하며 작성한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상당한 문제점이 나왔다"며 "검찰은 키코 사태에 대해 재수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수사 보고서는 2012년 10월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처음 알려진 것으로, 대책위가 1년 6개월에 걸친 행정 소송 끝에 확보했다.
대책위는 판매 은행들이 키코 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가 공개한 2008년 1월 8월 녹취록에는 "옵션상품이 이렇게 위험한 상품인 줄 확실히 깨달았다"는 은행 내부 직원의 발언이 기록돼 있다. 키코 상품의 위험성을 몰랐다고 주장해 온 은행 측의 진술과 상반된 것이다.
대책위는 은행이 키코 판매를 통해 억대에 가까운 마진(이윤)을 챙긴 정황도 포착했다고 말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그래도 4만5000달러 이상 남는다' '요번 건을 하면 마진을 이빠이(충분히) 해서 11만달러 이상 나온다' 등의 발언이 나온다. 대책위는 "은행들은 선물환보다 키코가 더 많은 이익을 남긴다고 판단하고 전략적으로 이 상품을 판매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재하 대책위원장은 "은행들이 키코를 어떻게 판매했는지 새로운 증거가 나왔다"며 "검찰은 수사기록 전체를 공개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재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감독원은 키코 사태를 조사하고도 2년째 발표를 미루다 은행 임직원을 징계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며 "금융감독 당국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키코는 환(煥)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한 환 헤지 통화옵션상품이다. 2008년 우리나라 환율이 크게 떨어지면서 이 상품에 가입했던 중소기업이 대거 손실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