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율 2%대 정기예금과 입출금 통장 이곳저곳에 여윳돈 3억원을 넣어뒀던 박모(47·서울 역삼동)씨는 지난주 돈을 몽땅 찾아 한 증권사를 찾아갔다. 이 증권사가 비공개 모집한 '롱숏 ELB(주가연계 파생결합사채)'에 목돈을 투자하기 위한 것이었다. 박씨는 "투자 위험은 적은 데 비해 2년 정도 투자하면 10% 정도의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해서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최근 박씨처럼 억대의 투자금을 굴리는 거액 자산가들 사이에 '롱숏 ELB 투자'가 유행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사모펀드 형태로 알음알음 팔고 있는데, '고수익 상품'이란 소문이 나면서 조기 매진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롱숏 ELB'는 원금보장형 ELS(주가연계증권)와 롱숏펀드의 장점을 더한 상품이다.

CD(양도성예금증서)나 채권 같은 안전 자산을 기초로 하는 ELB로 연 2.5%씩 2년간 5%의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주식은 사고(long) 주가가 내릴 것으로 판단되는 주식은 미리 빌려서 팔아(공매도·short) 차익을 남기는 롱숏 기법으로 '플러스 알파'의 추가 수익을 노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입자가 10억원을 맡기면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롱숏 전문 투자자문사를 통해 비슷한 규모의 롱숏펀드를 운용한다. 여기서 발생한 수익을 얹어주는 것인데, 만약 롱숏펀드에서 ELB 2년 수익률과 맞먹는 5% 이상 손실이 나면 롱숏 투자를 중단해 원금은 지키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 상품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문 투자자(기관 또는 투자 경력 1년 이상·출자금 50억원 이상의 개인)만 가입하도록 제한됐으나 지난달 7일부로 이 제한이 풀리면서 일반 투자자들도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염상섭 우리투자증권 GS타워 WMC 센터장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일 뿐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최근 첫 만기 상환 시점을 맞은 상품이 23%의 고수익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지난 2012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이 상품의 누적 판매 규모는 1조5000억원 수준이다. 대부분이 기관 등 전문 투자자 자금이지만 가입 규정 완화로 최근 개인의 관심이 커지면서 시장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임일우 신한투자증권 에쿼티스왑팀 이사는 "원금 보장이라는 안전성에 약간의 부가 수익까지 기대하는 고액 자산가들의 입맛에 맞는 저(低)위험·중(中)수익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분리과세 등 세금 우대 대상이 아니라는 점, 또 중도 상환 때는 해당 시점의 수익률로 상환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원금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이태윤 우리투자증권 에쿼티파생영업부 팀장은 "롱숏펀드를 운용하다 손실이 나도 만기 시점에는 원금을 보장해주는 구조이기 때문에 만기까지 보유하는 편이 이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