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 UCLA 경제학과를 졸업한 정모(29)씨. 금융회사 취업을 꿈꾸던 그는 시중은행 3곳에 지원했다가 낙방한 뒤 지난 1월 SBI저축은행에 입사했습니다. 정씨는 "어머니가 말렸지만 금융권 취업난이 심해 내년을 기약할 수 없는 데다, 빨리 현장에서 일을 배우고 싶어 저축은행 입사를 선택했다"고 하더군요.

작년 하반기에 시중은행들이 대졸 신입행원 채용을 30%가량 줄이면서 시중은행 취업문이 크게 좁아지자, 정씨처럼 명문대, 해외 유학파 출신 인재들이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에 취업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습니다.

정씨가 SBI저축은행 입사시험을 치를 당시, 15명을 뽑는 데 무려 1337명이 몰려 8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경쟁률만 놓고 보면 작년 하반기 국민은행(83대1)이나 신한은행(75대1)을 웃도는 수준입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이 지난해 하반기 공채에서 8명을 뽑는 데 338명이 몰렸고, 대부업체 1위 러시앤캐시(아프로파이낸셜)의 경우 지난 1월 공채에서 2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러시앤캐시 공채에서는 서울 명문대 및 국공립대 지원자가 전체 지원자의 63%에 달했고, 외국 대학 출신도 5%에 달했다고 합니다.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에 인재들이 몰리고 있는 것은 최근 이들의 브랜드 파워가 커진 영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연세대 법대 출신으로 러시앤캐시에 입사한 김모(29)씨는 "한 시중은행에 같이 합격했지만, 중국·중앙아시아·유럽으로 진출해 고속성장하고 있는 러시앤캐시가 더 잠재력이 있는 것 같아 러시앤캐시를 선택했다"고 말하더군요.

인재들이 몰리자 저축은행들은 은행 대신 '차선책'으로 지원한 명문대 출신들은 배제하는 등 느긋한 모습입니다. SBI저축은행는 최근 공채에서 스카이(SKY)대 출신이 68명이나 지원했지만, 한 명도 뽑지 않았다고 합니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나름의 인재상이 있는데 학벌이나 스펙만 좋다고 뽑을 수 없다"고 하더군요. 청년들의 취업난이 저축은행, 대부업체들엔 별로 힘도 안 들이고 좋은 인재를 사냥하는 '기회'가 되고 있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