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 구조조정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채권단은 김준기 회장이 어려운 자금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계열사 매각 가격을 높이거나 경영권을 유지하는 데만 집착하면서 구조조정을 늦춘다고 비판하고 있고, 이에 대해 동부그룹은 채권단이 지나치게 압박한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채권단 "김준기 회장, 경영권에 집착 말라"
동부그룹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3일 소집한 채권단 회의에선 구조조정에 소극적인 동부그룹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동부그룹이 약속했던 계열사 매각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부그룹은 지난해 11월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주요 계열사인 동부하이텍, 동부메탈, 동부제철 인천공장, 동부발전당진 등을 매각해 총 2조7000억원을 마련하겠다는 자구 계획을 발표했다.
동부그룹이 강력한 자구안을 내놓은 것은 차입금이 6조원을 넘으면서 그룹 부채비율(자본금 대비 부채의 비율)이 270%에 이르기 때문이다. 더욱이 동부그룹이 올해 내에 갚아야 할 회사채만 600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자구안을 발표한 지 5개월이 다 되도록 가시화된 것은 동부익스프레스 매각 한 건에 불과하다. 사모펀드인 'KTB PE'에 3000억원 수준 가격에 매각하기로 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오너가 회사에 집착해 높은 값을 받으려다가 팔 수 있는 것을 제때 팔지 않으면 구조조정이 지연돼 자금난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했다. "김준기 회장은 동양의 현재현 회장이나 STX의 강덕수 회장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도 했다. 채권단 내부에선 동부그룹의 행보에 따라 추가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대출금을 회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동부그룹 "예정대로 잘하고 있다"
채권단은 특히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패키지로 묶어 파는 데에 동부그룹이 비협조적이라고 지적한다. 산업은행은 포스코에 지난 3월 27일 동부제철 인천공장의 20~30%만 투자하면 나머지는 산업은행이 알아서 해결한 뒤 경영권을 주고, 덤으로 동부발전당진에 대한 우선협상권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동부그룹은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따로 팔고 싶어한다. 묶어 팔지 않고 서로 다른 인수자에게 팔면 9000억원이 훨씬 넘는 돈을 확보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계산하는 것이다. 반면 산업은행은 동부발전당진에 대한 매수 희망자는 있지만, 철강 과잉 공급 상태에서 동부제철 인천공장에 대한 인수 희망자는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채권단은 동부그룹에 대해 자구 계획 이행 속도를 높이라고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동부그룹은 채권단의 지적에 당혹스러워하며 "예정대로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다"고 해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동부익스프레스 외에 동부하이텍 같은 나머지 회사들도 예정대로 경쟁입찰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의 패키지 매각안도 그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회사를 따로 사고 싶은 다른 희망자에게도 기회를 주자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는 신중한 입장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실사를 벌이고 있지만, 채권단 의중과는 상관없이 내부에선 '적극적으로 인수하자'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