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모리반도체회사 마이크론의 홈페이지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와 경쟁하는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이탈리아에서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이탈리아 직원의 40%를 해고하는 계획을 추진하다가 노조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했다. 이와 함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사태 중재에 나섰다.

마이크론은 2012년 일본의 반도체회사 엘피다를 인수하며 반도체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올해 2월에는 엘피다의 사명을 마이크론메모리재팬으로 바꾸며 해외사업에서 탄탄대로를 걸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탈리아에서 벌어지는 구조조정이 현지는 물론 유럽전역의 여론 악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입장이 됐다.

마이크론은 현재 이탈리아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40%에 해당하는 419명을 감원을 추진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전세계 인력의 5%를 올해 8월까지 감원하는 감축계획을 내놨다.

계획이 발표되자 이탈리아의 마이크론 노조는 물론 국제산업노조는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들은 감원규모를 100명까지는 수용하겠지만, 그 이상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 노조들은 "마이크론의 글로벌 인력 감원 정책에서 유독 이탈리아 직원만 희생양이 되는 것을 납득하기 힘들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이크론의 이탈리아 법인은 마이크론이 2010년 인텔과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플래시메모리 사업 부문을 합쳐 출범했던 뉴모닉스라는 반도체 회사의 후신이다. 이 회사는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데, 공장과 사무실은 이탈리아에 있다.

노조측은 3가지 대안을 사측에 제시했다. 마이크론에 뉴모닉스(현 마이크론 이탈리아)를 매각한 ST마이크로가 고용승계를 하거나, 유럽연합(EU)우로부터 받는 연구개발(R&D) 지원금을 직원 고용에 써달라는 것이다. 또 만에 하나 어느 방안도 실현되지 않으면 감원 계획을 아예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마이크론은 이탈리아 직원 해고에 대한 보상으로 18개월치에 해당하는 임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측은 이탈리아에서 해고 위로금은 통상적으로 마이크론이 제시한 금액의 2배라며 이 제안을 거부했다.

사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EU 집행위원회도 중재에 나섰다. 안토니오 타자니 EU집행위원회 기업·산업 담당 부의장은 최근 마크 더칸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에게 서한을 보내 마이크론의 인원 감축 계획을 미뤄 달라고 요구했다. 타자니 부의장은 이 서한에서 "마이크론이 이탈리아에서 현재 수준의 고용을 유지하면 EU집행위원회가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EU집행위원회는 유럽에서 대규모 직원 감원이 이뤄지는 것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 070억달러(약 218조원)의 예산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