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아우토반을 타고 북서쪽으로 4시간을 달려 도착한 이 곳은 네덜란드 작은 도시 '아인트호벤'. 경기도 이천과 비슷한 인구 20만명의 도시로, 한국 사람에게는 박지성 선수의 소속팀 '아인트호벤 PSV'로 유명한 지역이다. 이날 경기는 없었지만 시내 중심가에 자리잡은 PSV팀 경기장에는 많은 관람객들로 분주했다. 이 경기장의 이름은 '필립스 스타디움'. 경기장 곳곳에는 필립스 로고가 표시됐다. PSV란 표시 역시 필립스 스포츠 연합(Philips Sport Vereniging)을 뜻한다.
아인트호벤과 글로벌 기업인 필립스는 무슨 관계일까? 정답은 경기장 건너편 길게 솟은 굴뚝을 보면 알 수 있다.
아인트호벤 이마싱얼(Emmasingel) 31번가. 글로벌 1위 조명기업인 필립스의 역사가 시작된 장소다. 1891년 제라드 필립스(Gerard Philips)와 그의 아버지 프레데릭 필립스(Frederik Philips)는 이 곳에 전구 공장을 세워 필립스를 창업했다. 이후 123년이 지난 현재까지 필립스는 글로벌 조명시장 점유율 1위를 이어가고 있다. 공장부지에는 필립스 조명기술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라이트 애플리케이션 센터(LAC)'가 자리잡고 있다.
◆ LAC, 필립스 조명기술 '한눈에'…"100여종 1200개 불빛으로 조명쇼 펼쳐"
LAC 입구에 들어서자, 필립스가 새롭게 선보인 커넥티드 조명 '휴(Hue)'가 아이폰과 함께 전시됐다. 휴는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모바일 기기와 조명이 연동돼 밝기·색온도 등을 제어할 수 있는 조명 솔루션이다. 휴 전구는 1600만가지 색상을 구현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전시관의 가장 큰 볼거리는 조명 체험쇼다. 20명이 들어갈 수 있는 원형 공간으로 구성된 체험관에는 360도 LED 스크린과 함께 약 90여종의 1200개의 전구·LED 제품들로 채워져 있었다. 지금까지 필립스가 출시한 모든 조명 제품이 장착돼 있는 것이다.
주의사항 등 짧은 설명을 마친 매니저는 문을 닫고 나갔다. 앉아 있던 의자 아래서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서정적인 음악과 함께 120여년 전으로 돌아가겠다는 메시지와 함께 체험쇼가 시작됐다. 360도 파노라마 스크린에서 남성의 눈이 보였다. 물체에 반사되는 빛이 눈에 들어와 사물을 구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조명의 시작은 촛불에서 시작된다. 이후 전기가 보급되면서 전구가 등장했다. 전구에도 필라멘트를 이용한 전구, 할로겐, LED 등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
360도 파노라마 스크린에서는 전구에 대한 종류와 역사를 소개했다. 그리고 스크린 뒤에 숨겨진 각종 전구들의 실제 모습과 빛이 발산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빨강, 초록, 파랑 등 빛의 3원색을 보여주며 밝기, 색상의 섞임 등으로 연출할 수 있는 다양한 색상을 보여줬다.
마지막으로 조명의 중요성도 설명됐다. 벽면 한쪽이 열리며 다비드상이 하나 등장했다. 체험관 천장에 장착된 조명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위·아래·오른쪽·왼쪽으로 빛이 쏘기 시작했다. 다비드상은 가만히 있지만 빛의 방향에 따라 느껴지는 분위기를 달라졌다. 예를 들어 빛이 위에서 아래로 향했을 때는 쓸쓸하고 축처진 모습이 부각됐다. 하지만 아래에서 위로 향했을 때는 당당하고 주목받고 있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바스 스타케 필립스 LAC 매니저는 "매년 외부 관람객과 해외 바이어 등 10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체험관을 찾는다"며 "소비자와 일반 관람객들에게 필립스의 최신 기술과 조명의 중요성을 쉽게 이해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체험관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 정육점 불빛이 붉은 이유는?
전시장 2~3층에 올라가자 공장, 사무실, 쇼핑몰 내부와 똑 같은 인테리어를 갖춘 공간이 보였다. 천장에 부착된 회전식 조명 등을 통해 각각 용도에 맞는 조명이 무엇인지 비교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곳에서는 각 환경별로 구성이 잘된 조명과 그렇지 못한 조명의 모습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공장으로 꾸며진 공간에는 실제 트럭과 엔진, 변속기가 놓여 있었다. 매니저는 리모컨을 조작해 여러 조명으로 바꿔가며 설명을 시작했다. 스타케 매니저는 "차량과 같이 복잡한 조립공정이 많은 공장은 집중력이 좋아질 수 있도록 흰색의 백열등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며 "LED로 교체할 경우 백열전구에 비해 에너지 소비를 5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무실에는 대형 회의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흔히 조명업계에서 백열등은 '이성', 백열전구와 같은 노란색은 '감성'을 의미한다. 회의는 이성과 감성의 조화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곳으로, 자연채광과 비슷한 조명이 어울린다.
사무실을 지나 쇼핑몰에 도착하자 생선, 고기, 과일, 빵 등 4가지로 구성된 좌판이 보였다. 이곳에 일괄적으로 2000~3000캘빈(K)의 노란 불빛을 비추자 과일과 빵은 맛있게 보였지만 생산과 고기는 별로 싱싱해 보이지 않았다. 반대로 5000~7000K 수준의 푸른빛을 비추자 생선은 싱싱해 보였지만 나머지 제품이 시들해 해보였다. 이번에는 각 제품마다 다른 불빛을 비췄다. 생선은 백열등, 고기는 1000K 수준의 붉은 불빛, 과일과 빵은 노란 불빛을 비추니 동일한 제품이지만 시각적으로 더욱 신선하고 맛있게 느껴졌다.
스타케 매니저는 "전 세계 어디라도 고기를 파는 곳에 가면 붉은 불빛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고기를 신선하게 보이게 하기 위한 조명의 기법 가운데 하나"라며 "필립스는 124년의 시간동안 조명을 연구하면서 공장, 사무실, 쇼핑몰 등 각 상황과 환경에 따라 어떠한 조명을 사용하면 최대의 효율을 낼 수 있는지에 대한 경쟁력을 쌓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