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치준 삼성전기 사장

삼성전기(009150)는 작년 4분기 매출 1조7100억원, 영업손실 359억원을 기록했다. 경쟁사인 LG이노텍(011070)은 같은 기간 매출 1조5439억원, 영업이익 288억원을 달성했다.

삼성과 LG를 대표하는 두 전자부품회사의 실적을 보고 업계에서는 ‘이변이 일어났다’고 평가한다. 국내 1위 전자부품회사인 삼성전기가 2위 기업인 LG이노텍보다 매출은 10% 정도 많았지만 수익성에서 완패했기 때문이다.

삼성전기의 실적은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 20주년을 기념해 지급된 특별격려금 때문에 악화됐다. 하지만 LG이노텍에게 뒤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현상은 올 1분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1분기 실적 발표가 다가올수록 삼성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은 낮아지는 반면, LG이노텍의 실적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 두 회사의 운명 갈라놓은 ‘갤럭시’와 ‘아이폰’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작년 4분기 실적에서 희비가 엇갈린데는 두 회사가 생산하는 스마트폰용 카메라모듈 영향이 컸다. 삼성전기는 삼성전자(005930)‘갤럭시’에, LG이노텍은 애플 ‘아이폰’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한다.

삼성전기는 카메라모듈 출하 감소로 작년 4분기 OMS(카메라모듈·모터)부문 매출이 전 분기보다 33% 줄어든 4534억원에 그쳤다. 기판·칩부품·파워·네트워크 모듈 등의 사업도 부진했다.

반면 LG이노텍은 작년 4분기에 광학솔루션사업에서 분기 최대인 705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고화소 카메라모듈이 잘 팔린 덕분이다.

권성률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갤럭시S4가 2분기 정점을 찍고 하반기 들어 판매 감소세를 보인 것이 삼성전기의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며 “LG이노텍의 경우 아이폰에 들어가는 카메라 출하가 늘면서 수혜를 봤다”고 말했다.

올 1분기에도 삼성전기의 실적은 불안한 상황이다. 증권업계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300억원대에서 최근 100억원대까지 낮아졌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기의 본격적인 1600만화소 카메라 출하시점이 2분기로 예상된다”며 “다층세라믹콘덴서(MLCC)는 가격인하 압력과 엔화 역세로 경쟁사의 가격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LG이노텍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300억~400억원으로 예상된다. 발광다이오드(LED) 사업 실적개선 덕분이다.

◆ 부품전문가 최치준 사장 수익성 회복 해답 찾아야할 듯

2011년 말 임명된 최치준 삼성전기 사장은 삼성전기 내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전임 삼성전기 사장은 주로 삼성전자(005930)출신들이 맡아왔다.

최 사장은 재료공학 박사 출신으로 삼성전기의 MLCC 사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기여한 인물로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기에서만 20년 넘게 근무해 부품사업의 특성도 누구보다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최 사장에게 삼성전기의 수익성 회복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자, 극복해야 할 난관이다.

이트레이드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삼성 비중이 높은 사업부 매출이 감소하기 때문에 매출 7조8000억원, 영업이익 3080억원으로 이익감소가 불가피하다”며 “비(非) 삼성, 비(非) 모바일로 독립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주력사업인 모바일부품을 낮추고 사업다각화를 시도하는 것이 대안으로 꼽힌다. 삼성전기는 미래 먹을거리로 전자가격표시기(ESL), 무선충전 모듈 등을 대안으로 보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치준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ESL 사업에 대해 “올해 (예상매출이) 2000억원 수준이며, 3~4년내 조단위로 키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