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주얼리 상인

장영배 지음ㅣ푸른향기ㅣ224쪽ㅣ1만3800원

프랑스의 시인 샤를르 보들레르는 파리를 연인에 빗대어 표현하곤 했다. 혹자는 보들레르의 이 비유를 두고 파리에 대한 애정과 집착이라 해석한다.

파리와 교감하고 사랑을 나눈 사람은 보들레르 뿐만이 아니다. 폴란드 출신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는 프랑스로 귀화해 세느강을 배경으로 한 ‘미라보 다리’를 남겼다. 1889년 만국박람회 당시 파리에 에펠탑이 들어서자 수많은 문학ㆍ예술계 인사들이 “경관을 해친다”며 격렬하게 반대했다는 얘기도 이 도시에 대한 예술가들의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한다.

이런 예술가들의 열렬한 지지 덕분일까? 파리는 환상을 만들어냈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됐다. 최근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파리는 지난 10년 간 세계 1위 관광도시의 자리를 지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 전세계 도시 중 파리를 찾은 관광객 수가 가장 많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토록 화려한 모습 이면에는 ‘또다른 파리’가 있다. 파리는 열악한 환경을 딛고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사람들이 사는, 세계 여느 도시와 다름 없는 삶의 터전이다. 실업률은 높고 집세는 비싸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 꼭대기층의 다락방을 구하는 것마저도 하늘의 별따기다.

이 책 ‘파리의 주얼리 상인’의 저자도 처음에는 좁은 단칸방에서 아내와 두 아이와 함께 파리 생활을 시작했다. 왕복 네시간 거리에 있는 작은 사무실에 다니며 돈을 모았고, 40유로를 갖고 한달을 살았다. 프랑스어를 전혀할 줄 모른 채 파리에 와 처가에 얹혀 살았으며 다리도 불편한 5급 장애인이었다.

저자는 현재 프랑스의 보석 수출입ㆍ유통업체를 경영하는 CEO이다. ‘까르띠에’, ‘쇼메’, ‘반클리프앤아펠’ 등 세계 5대 보석 브랜드 중 3개 브랜드를 배출한 주얼리 강국에서 보석 사업으로 성공한 외국인이 된 것이다. 재불무역인협회에서는 부회장을 맡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뉴욕 맨해튼의 모텔 벨보이에서 시작해 할렘가의 포토샵 점원, 샌드위치가게 직원 등을 거쳐 프랑스로 건너와 사업에 성공하게 된 과정을 그렸다. 저자는 자신의 성공담을 담담하게, 때로는 감성적으로 서술했다. 힘들었던 과거를 회고하며 쓴 부분에서는 그의 울컥한 감정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자서전의 매력 중 하나는 독자에게 무엇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책 후반부에 저자가 직접 쓴 ‘청년을 위한10가지 제언’은 보너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