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회현동에 있는 우리은행 본점 전경.

정부가 우리은행 지분을 다수의 투자자에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하기 전에 지분의 약 30%를 일반경쟁 입찰 방식으로 먼저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약 30%의 지분이 먼저 팔리면 나머지 지분은 희망수량 방식으로 매각하고 일반경쟁 입찰에서 유효경쟁이 이뤄지지 않으면 우리은행 지분 전량을 희망수량 방식으로 매각할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30일 “다수의 투자자에 분산 매각하는 희망수량 방식을 진지하게 보고 있긴 하지만 독자적으로 경영이 가능한 수준의 지분을 먼저 매각하고 나머지 지분을 희망수량 방식으로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예금보험공사가 갖게 될 통합 우리은행 지분 56.97%를 통째로 매각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생각하는 ‘독자적으로 경영이 가능한 수준’은 30% 안팎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비슷한 규모의 지분을 가진 주주가 여러 곳이면 (한 곳의) 독자적인 경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일반경쟁 입찰 시 매각 규모는 30%로 할지, 35%로 할지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누군가가 단독으로 경영할 수 있을 정도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유효경쟁이 성립하지 않아 일반경쟁 입찰이 무산되면 통합 우리은행 지분 전량을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희망수량 방식은 높은 가격을 써 낸 곳부터 원하는 만큼의 지분을 가져가는 방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희망수량 방식은 가격이 유일한 기준이 될 것”이라며 “정부가 예상하는 예정가격보다 높으면 가격이 높은 순부터 순차적으로 지분을 가져가게 된다”고 말했다.

통합 우리은행 지분 56.97%를 희망수량 방식으로 매각할 때 투자자별로 지분 인수 한도를 둘지는 논의 중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지난 26일 열린 '바람직한우리은행민영화방안'토론회에서 "희망수량으로 할 때 특정 주주의 지분율이 10%를 넘지 않아야 하고 단독으로 들어오는 여러 투자자가 경영권을 공동으로 행사할 수 없도록 확약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엄영호 연세대 교수는 "최대입찰 물량은 굳이 제한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분 인수 한도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우리은행을 ‘일반경쟁 + 희망수량’ 방식으로 매각하면 교보생명이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자가 될 전망이다. 교보생명은 우리은행의 매각 조건이 정해지면 JP모간, 맥쿼리 등과 컨소시엄을 형성해 인수전에 참여할 계획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구체적인 매각방침이 정해지면 여러 파트너들과 인수 구조를 짤 계획”이라며 “다만 경영권 없이 일부 지분만 인수하는 것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경남·광주은행 매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을 면제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이 4월 국회를 통과하면 상반기 중 매각공고를 내고 연내에 우리은행 매각을 위한 우선협장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